“호남에서 판소리 명창이 많이 배출됐듯이 미군기지가 있던 부평에서 살아왔기에 밴드를 할 수 있었다.”

인천밴드연합과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대표를 겸하는 정유천(57)씨는 어려서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애스컴(SCOM)’ 등 미8군 클럽음악을 접했다고 했다. 그는 인천동산고에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록음악의 전설’인 신중현이 동두천시에서 밴드를 결성하며 음악을 시작한 족적과 비슷하다. 그냥 밴드음악이 좋았고 당시 인천 부평의 전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가 전한 ‘음악을 시작한 계기’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60년대 부평은 30여 개의 밴드가 활동하던 클럽음악을 포함한 대중음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정 대표는 “전국의 대중예술인들이 모여들 정도로 대단한 ‘음악의 도시’였던 과거의 정체성을 잇지 못해 정말 아쉽다”며 “만약 부평 문화의 뿌리로 대중음악을 기억하고 계승했다면 아마 최근 공연의 메카로 등장한 홍대 거리와 버금가는 문화지구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디밴드 1세대인 크라잉넛, 레이지본이 활동하던 홍대 클럽 ‘드럭’을 본뜬 부평의 ‘Blues Park’가 1996년에 세워지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홍대 클럽처럼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젊은이들에게 선보이면 관객들은 찾아올 것”이라며 ‘Blues Park’를 만든 인천 밴드들의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1950∼60년대 활황을 보였던 인천 밴드음악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곧 이전될 부평 미군부대 부지에 남아 있는 ‘밴드 클럽의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스컴(SCOM)’ 미군 부대와 인근에 있었던 클럽문화를 소개하는 ‘대중음악 박물관’ 과 ‘밴드 공연장’이 부평에 들어서면 공연과 연극 등 문화가 꽃피는 새로운 지역 명소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당장은 록밴드 등 음악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정 대표는 “130여 개에 달하는 인천지역 밴드가 활동 중이다”라며 “펜타포트음악축제 등 지역 공연에서 Hammering, Blue Near Mother, Third Stone 등 수준 높은 밴드들이 활동 무대를 넓혀 갈 때 인천 공연문화도 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에서 활동 중인 밴드 후배들에게 무대를 마련해 주기 위해 부평에 라이브 클럽인 ‘ROCKCAMP’를 열었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봐도 좋을 듯하다. 매주 금·토·일요일 오후 ‘ROCKCAMP’에서는 인천의 대표적 밴드들의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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