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점수제를 없애고 등급제를 추진 중이라고 하나 현행 9등급제를 20~30등급제로 바꿀 경우 수능의 영향력이 과연 축소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부 의뢰로 마련한 사교육비 경감방안에 대해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졸속으로 마련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 아니라 효과 또한 의문시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학입시가 이미 수능석차 폐지로 학생들의 눈치작전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가 하면 고충 또한 더 커진 탓으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아 온 교육당국이 탁상에서 졸속으로 마련한 또다른 등급제가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 교육당국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이다. 입시경쟁의 핵심인 대학서열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상황에서 수능 등급을 세분화한다고 해서 어떻게 학생들이 겪게 될 불이익과 정신적 고충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며 학부모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육당국의 이번 안에 대해 어느 교원단체에서는 도리어 대학서열화 체제를 중학교까지 확산시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고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성찰 속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교육당국의 사교육비 경감방안의 문제점으로는 수능등급제 실시에 따른 입시변별력의 약화로 대학에서의 서열 전형이 불가피 할 것이고, 입시위주의 과목편중 심화와 예체능 과목의 소홀로 전인교육을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또 이번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방안에는 현행학제를 6-4-2학제로 변경하도록 돼 있어 만약 이렇게 될 경우 고등학교는 완전히 입시준비기관으로 전락해 입시경쟁을 심화시키고 사교육비의 증가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방안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나 학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인 듯 하다.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면 구태여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학원이나 과외에 매달릴 이유가 있겠느냐는 항변인 것이다. 교육당국은 사교육비 경감보다 입시제도와 대학서열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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