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아직은 겨울철. 한여름에도 여간해서 해파리를 볼 수 없던 인천 앞바다였는데, 언젠가부터 여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진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지만, 갯벌이 드넓었을 때 해파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따뜻해진 바닷물을 따라 여름마다 올라와도 알을 낳아 수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해파리는 바다에서 수정하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처럼 작은 유생을 바다에 흩어놓지만 갯벌에 있는 생물들이 잡아먹는다. 해파리의 유생은 단단한 바위에 들어붙어 성장해야 성체가 될 수 있는데, 10m가 넘는 조수간만의 차로 드넓게 펼쳐지는 인천 앞바다의 갯벌에 바위는 없다.

작은 암초에 붙어 조금 성장하더라도 갯벌의 생물들이 먹어치울 테니 여름철 해안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안과 양식장 주변에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손발이 닿는다면 해파리 촉수의 자잘한 침에 쏘여 한동안 고생할 수 있다.

인천 해안선은 더는 리아스식이 아니다. 갯벌을 광범위하게 매립한 현재, 인천 해안의 지도는 자 대고 그려야 할 정도의 직선으로 바꿨다. 직선 해안은 거대한 제방으로 막혀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바닷물이 밀려 해안으로 올라올 때 해파리 유생은 제방에 붙을 것이고, 바닷물이 차오른 제방에 붙어 자란 뒤 성체가 돼 바다를 유영하며 양식장 주변에서 먹을 걸 찾을 것이다. 해안에서 사람들의 종아리에 띠 모양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난 100년 동안 평균 바닷물 온도를 섭씨 0.7도 이상 높였지만 일본과 한국의 산업화를 훌쩍 뛰어넘는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여파는 최근 10여 년에 우리나라 인근 해역의 바닷물 온도를 섭씨 1.4도 정도 높였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데 인천 앞바다는 특히 덥다. 거대한 제방으로 해수 유통이 자연스럽지 못한 이후의 사건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인천 300만 시민이 소비하는 전기의 거의 3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들에서 막대한 온배수를 바다로 내뿜기 때문이리라. 발전터빈을 돌린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증류수로 식힌 뒤 배출하는 바닷물이 온배수다. 전문가들은 배출구 주변 반경 10㎞ 이상의 바다가 온배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작은 수온의 차이도 식물성플랑크톤의 분포와 서식밀도를 바꿀 수 있고, 그 여파는 동물성플랑크톤에 이어 어패류의 안정된 서식을 교란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인천 앞바다의 어획고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 뿐 아니라 예전에 볼 수 없던 생물이 나타나는 현상은 인천 앞바다의 화력발전소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강화도와 더불어 강화군을 구성하는 교동도와 석모도는 갯벌이 넓은 바다를 공유한다.

최근 인천시 일각에서 철지난 조력발전의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만큼 밀고 써는 바닷물의 양과 속도가 빠른데, 세 섬 사이를 제방으로 막아 밀고 써는 물길을 좁히면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자는 발상이지만, 조력발전은 지구온난화를 예방하지 못한다. 오히려 키운다.

인천 앞바다의 다채롭던 어패류의 터전과 산란장인 갯벌은 지구온난화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갯벌 1g에 수억 마리 존재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육지의 아마존 이상이다. 실제 대기권 산소의 ¾은 바다에서 생산하며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지 않은가.

바다 중에서 조간대 갯벌의 광합성이 가장 활발하고 인천 앞바다의 갯벌은 드넓다. 조력발전은 그런 갯벌을 파괴한다.

조력발전을 위한 거대한 제방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든다. 1㎏의 시멘트는 0.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만들 수 있다. 철근은 고철을 녹여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기로 고철을 녹이는 제철회사가 유난히 많다. 그 과정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엄청나다.

인천 앞바다는 조력발전으로 더욱 뜨거워진다. 조력발전으로 갯벌이 휩쓸려 사라지는 만큼 갯벌에 알을 낳는 어패류가 급감하고, 강화와 인천의 어업은 붕괴될 것이지만 인천 앞바다의 제방에 해파리는 극성을 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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