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특정 장르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분명한 시대가 존재한다. 영화 탄생 초창기인 20세기 초에는 슬랩스틱코미디 장르가 대유행했다. 아무래도 소리가 도입되기 전이니 소위 몸개그로 관객의 눈을 강하게 사로잡아야 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명성을 떨친 새로운 장르를 꼽자면 서부영화를 들 수 있다.

 미국 개척 시기를 그린 이 장르는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정의의 총잡이가 마을 주민을 괴롭히는 원주민과 악당을 응징하고 평화를 찾아준다는 공식을 갖고 있다. 서부영화 장르는 일정 부분 미국 역사의 당위성을 확립하려는 기제로도 작동했다.

개척의 역사로 이룩한 그들의 문명 및 폭력에 맞서는 정의 등을 강조하며 유럽을 제치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미국의 가치를 신화적으로 확립하는 역할을 바로 서부영화가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는 뮤지컬 장르의 영화로, 작품 스스로 자신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뮤지컬 영화의 고전이자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손꼽히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만나 보자.

1927년은 영화의 지축을 흔드는 획기적인 해이다. 1895년 영화 탄생 이후 30년이 흐른 당시, 영화에 드디어 소리를 입힐 수 있게 됐다.

즉,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이행되는 획기적인 시대였던 것이다.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무성영화 스타 돈과 리나는 이 변화의 시기를 잘 극복하고자 하지만 현실에선 이미 빨간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배우 리나는 마치 신화 속 여신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우아한 외모가 장점이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큼 독특한 목소리가 단점이었다.

이제 예쁜 얼굴과 멋진 미소만으로 인기를 담보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목소리와 음악, 노래 등의 사운드를 겸비한 작품 및 배우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뮤지컬 영화의 등장은 그간 들을 수 없었던 소리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었던 영화로 유성영화의 시작과 함께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리나의 목소리로는 유성영화를 만들 수 없었던 제작사는 촬영을 중단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리나의 목소리를 대신할 아름다운 성량의 캐시가 등장한다. 배우를 꿈꾸며 할리우드에 정착한 캐시는 작은 체구와 예쁘지 않은 외모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소리의 시대가 열리자 캐시도 주목받게 된다.

하지만 영화사가 필요로 한 것은 그녀의 목소리뿐이었다. 결국 리나의 목소리 대역으로 살아가야 하는 배우지망생 캐시와 왕년의 인기 스타 돈과 리나의 운명은 유성영화 시대 내내 유효할 수 있을까?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사운드 영화 시대의 과도기적 상황을 세 남녀를 통해 유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뮤지컬 영화의 황제 배우 ‘진 켈리’가 주연과 감독을 맡았다.

1952년 등장한 이 작품은 영화 제작 현장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볼거리와 주연 배우들의 경쾌한 춤 동작 그리고 ‘Singing in the rain(사랑은 비를 타고)’을 비롯해 귀를 사로잡는 노래들로 가득한 보물창고와도 같은 작품이다.

60년이 지난 오늘 보더라도 여전히 관객들을 기분 좋은 들썩임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뮤지컬 장르로 소개하는 유성영화의 역사이자 일종의 자기반영적 영화로, 1950년대 TV시대의 도래 앞에 위기를 맞이한 할리우드가 과거의 혼란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반추해 보는 자아성찰적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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