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음악 실력을 갖춘 세계적인 대가와 함께하는 합창과 연주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귀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공연을 펼치는 걸 우리는 더 강조합니다.”

양로원, 어린이집 등에서 지난해 38회나 찾아가는 음악회를 선보인 계양구립여성합창단 함석헌(45)예술감독의 음악적 견해다.

지난 2011년 창단한 계양구립여성합창단 지휘자로 줄곧 활동해 온 함 감독은 국립오페라단의 최장 주연가수를 역임한 탁월한 음악적 재능은 물론,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예술인이다.

“청중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에는 반드시 뛰어난 합창 실력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비전공자 45명의 아주머니로 구성된 우리 합창단은 음악을 공부하는 단체가 아닌 음악과 사랑을 전달하는 가이드라고나 할까요?”

지난해 11월 한 요양원에서의 일이다. 합창단원들을 지휘하고 있는 함 감독의 뒤에 있던 20여 명의 노인들이 울음바다가 됐다. 일부러 노인들이 좋아하는 ‘대전블루스’ 등을 선곡해 부른 합창에 외로움과 서러움이 북받친 듯 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마 이게 내가 직접 들어본 처음이자 마지막 음악회일 거야. 이보게, 젊은 친구들 한 곡만 더 들려줄 수 있겠나?”

그날 계속 앙코르 공연이 이어지면서 함 감독은 엄청 고생을 했다. 대구에서의 저녁 개인연주회를 위해 미리 사둔 KTX 탑승시간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마음을 울리는 음악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공연을 함께한 단원들이 보람을 느끼며 합창단 활동에 몰입하는 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합창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한 그는 최고의 경지를 위한 음악적 욕심도 드러냈다.

“우리 공연을 보시면 알아요. 단원들이 악보를 보지 않고 다 외우고 공연할 정도로 많이 연습하죠.”
그러기에 계양구립여성합창단의 팬들이 많다. 정기연주회와 콘서트오페라 등 티켓이 보통 공연 전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5년째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함석헌 예술감독에게 올해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과거 계양구의 감독 선임 과정을 들려주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합창단 예술감독 자리이고 우연히 응모한 터라 학연·지연 등으로 사실 기대를 안 했다”며 “정말 실력만 보고 공정하게 뽑았다며 계양구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박형우 구청장과 구민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함 감독은 “올해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으로 한층 더 높은 완성도 있는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더 많은 구민들에게 찾아가는 음악회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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