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락기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시조(時調)는 그 시대에 지어 읊는 시가다. 시절가조의 준말이다. 향가에 기원을 둘 경우 1천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형시다.

오늘날 짓는 시조는 이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흔히 시조라 하면 고시조나 시조창을 연상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현대시조는 물론 창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이미지로 느끼고 글로써 읽는 시라 하겠다.

작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난 후 방송 대담 프로에 나간 적이 있다. 질문 항목에 우리 시조가 중국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내용이 있었다.

마치 중국에도 시조가 있고 우리 시조는 그 아류가 아니냐는 질문 같았다. 담당기자와 PD 및 진행자는 모두 30~40대의 연령층으로 생각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을 이끌어 가고 있는 분들이 이런 질문을 만들다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착잡했다. 이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시조의 작금 위상이 걱정돼서다. 이를 참담하다고 말한다면 과언일까? 일반 서민과 동떨어진 채 일부 애호가들만이 즐기다가 영영 옛말이 돼 버리는 처지가 되지나 않을지? 기우이길 바란다.

이즘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K-POP이나 김치, 막걸리 등 대중가요나 드라마, 한식류가 이에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할 책임이 있는 시조문단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국 문단 전체의 책임 문제는 여기에 거론치 않는다) 이는 시조의 세계화에 관한 문제다. 아니 자국민도 잊어가는 시조를 세계화라니 어불성설이랄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조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끼면서 평소 시조문학에 관해 느낀 바를 두서 없이 적어본다.

우선, 우리 시조가 왜 일반인들과 멀어졌을까? 이는 학교교육의 홀대와 시조시인들끼리의 행사 모임을 들 수 있겠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의 시조작법 교육 횟수나 교재에 실린 시조 작품 수가 40, 50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들었다. 문교당국의 각성이 필요하다.

작년 6월과 10월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 가운데 초·중·고·대학생 대상 전국시조백일장을 수안보상록호텔에서 개최했다.

그때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이 배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조작법 강의를 수강토록 주선한 바 있다. 그리고 시조문학 관련 각종 시상식, 낭송회 등 단체행사를 할 때 시조시인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일반인들과의 거리를 멀게 한다. 그래서 한국시조문학진흥회는 시조 관련 행사에 문인뿐 아니라 화가, 성악가, 언론인,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과 지역주민들까지 참여케 해 국민 누구나 시조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조의 세계화는 요원한가? 현재 시조의 외국어 번역과 보급은 미미하다고 본다. 몇 년 전부터 시조전문지인 「한국시조문학」에 영역시조를 실었으며, 작년에는 중국어역 시조도 실은 정도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 시조에 대해서는 정작 외국인이나 해외 동포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지난 2005년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초대됐을 때, 외국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가인 시조작품이 왜 전시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것을 홀대하는데 누가 알아주겠는가?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는 세계화된 지 오래다. 우리 시조도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끝으로 시조는 짓기가 어려운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초심자에게는 어쩌면 자유시보다 짓기가 더 쉽다고 하겠다. 초장, 중장, 종장-3장(45자 내외)으로 된 우리 시조를 글자 수를 맞춰 짓는 연습부터 해 보자. 그간 일반인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시조,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돼야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진대, 한국 시가의 종가(宗家)인 우리 시조는 능히 세계화될 수 있다. 정부 교육문화당국의 적극적인 배려와 관련 동호인단체의 지대한 관심, 그리고 시조시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열화 같은 참여를 고대한다.

 올 신춘문예에 시조 부문 응모자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마침내 날개가 돋아 세계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날의 시조를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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