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요즘 연말정산 문제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거센 조세저항에 당혹스러워하고, 정치권은 해결책을 내놓으랴 골머리를 앓고, 근로소득자는 세금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연말정산을 할 때면 공제받을 항목이 없는 근로소득자는 한 푼이라도 더 현금영수증을 받아 둘 걸, 기부금이라도 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다가 소득신고할 때면 생각나는 것이 기부이기도 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개인 기부금 총액이 무려 4조4천297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일까? 기부는 그동안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적 차원으로 생각하거나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선한 행위라는 도덕적인 관점에서만 말해 왔다.

그러나 기부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기부의 경제적 관점이다. 기부는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각 개인과 사회에게 경제적으로 실익이 되는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정기기부자와 비정기기부자 각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다. 정기기부자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있어서 80.3%가 만족하고 있었고, 비정기기부자는 63.8%였다. 모든 지표에서 정기기부자가 더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매사 긍정적인 사람이 일에 있어서도 생산성이 높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결국 경제적으로도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8억5천만 원을 기부했다. 직원들이 월급 기부를 하고 회사가 매칭그랜트로 매년 기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우 어려웠었다. 2011년 5월 노조가 중심이 돼 ‘100분 토론’을 개최했다. 임직원 100명이 모여 100분 동안 월급 기부에 동참하고 어디에 쓸 것인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회사도 어려운데 기부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 때였다. 이후 이 회사는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쳐 어려움을 이겨냈고, 2014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둬 19년 만에 법인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기술 개발과 마케팅, 노사의 합심 노력으로 이룬 성과지만 기부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예는 ‘착한가게’다. 이는 월 3만 원씩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자영업자들의 나눔 캠페인을 말한다. 최근 소상공인의 경기실사지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매출은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창업 5년 후에는 10개 중 3개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550개의 착한가게 중 형편이 어려워져 기부를 중단한 곳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 이익을 지역사회에 나눈다는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익만을 쫓지 않고 벌어서 나눈다고 하니 손님의 발길도 이어지고, 더 믿어 준다고 한다.

또한 기부는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마더 테레사 수녀처럼 헌신적인 봉사활동과 선한 일을 실천하면 마음이 선해지고, 몸까지 영향을 받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물질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나눔을 통한 정신적·신체적 변화를 ‘마더 테레사 효과’라 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좋은 약을 먹고, 체육관에서 운동하기 위해 많은 지출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병든다면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는 관계지수가 높기 때문에 불신으로 인해 초래되는 범죄예방비용 등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부는 경제성이 높은 사회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은 한 달에 500만 원의 소득, 6억 원의 순자산이 있어야 하고, 해외여행을 1년에 몇 회 이상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돈은 이자만을 만들지만 그 돈을 나누면 행복이라는 보너스가 온다. 이만한 경제적 이득이 있을까? ‘나눔의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제는 약자를 밟고 일어서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경제논리를 버리고,‘나눔의 공생 경제학’을 생각할 만큼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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