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플레이플러스 고문

 삶의 과정을 ‘경쟁’으로 특징짓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성인기의 준비 과정인 학교교육에서도 경쟁교육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풍미돼 왔다.

그러나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은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모두에게 있어서 경쟁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경쟁의 관문을 거쳐 간 사람은 이기주의자로 사회에 등장하기 쉽고, 경쟁의 과정에서 실패한 사람은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얼룩진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는 지적이 많은 연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경쟁교육의 불가피성에 대해 근원적 분석과 함께 학교교육에서 경쟁 일변도의 교육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학생들은 학업 성취 향상을 목표로 열심히 교육에 임한다. 이와 같은 학업 성취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경쟁유형으로, 학생들 간에 서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등수를 따지는 뜀뛰기와 같은 경쟁의 상호작용이다.

둘째는 협동유형으로 학생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거나 힘을 합쳐서 다 같이 좋은 점수를 얻도록 노력하는 상호작용이다.

셋째로 개인주의 유형으로, 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다른 학생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경쟁관계인 경우 한 사람의 목표 성취는 다른 학생의 목표 성취에 방해가 되고, 협동관계에서는 한 학생의 목표 성취가 다른 학생의 목표 성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개인주의 관계에서는 상호작용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을 경쟁, 협동 또는 개인주의의 어느 유형으로 나타나게 하느냐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실제로 그 유형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운영하는가에 따라서 학생들의 상호작용 유형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오늘날 학교교육에서 가장 보편적인 상호작용 유형은 경쟁적 유형이다.

이 유형은 장점보다 병폐가 심각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에 협동적 유형은 개인의 성공보다는 집단의 성공이 더 중요시된다. 그러나 이런 협동적 유형의 수업은 학교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교사, 학교 그리고 사회는 경쟁의 병폐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개선의 노력에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학교에서 경쟁의 병폐를 개선하는 일은 바로 학교교육에서 협동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미 많은 연구가 협동적 교육의 장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행의 학교 상황에서 많이 경험하는 정서적 장애, 즉 불안을 최소화시켜 주며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촉진시켜 주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협동교육은 학습성취도를 현행과 같이 유지시키는 데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즉, 경쟁심을 유발하지 않고서도 학생들 간의 협동을 통해 현행 수준의 지적 전수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간단하거나 단순·반복적 학습과제보다는 복잡하거나 사고를 요하는 과제 그리고 문제해결 학습과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듀이(Dewey), 피아제(Piaget), 그리고 콜버그(Kohlberg)와 같은 대학자들이 말하는 ‘교육을 통한 총체적 인간발달’에 적극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뿐만 아니라 교과나 학습활동 또는 교사와 학교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태도를 부여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종교적, 인종적, 능력의 고하, 빈부의 차이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동교육은 학교 학습에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성공적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모 방송국의 K-POP 선발경연대회에서 꼴찌를 한 다섯 명의 소녀들이 팀을 이뤄 줄기찬 노력을 통해 최고 평가를 받고 감정이 북받쳐 눈물 흘리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봤다. 그렇다. 교육에서 이런 협동적 노력으로 개별적 경쟁심리를 자극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현행의 학습교화를 거둘 수 있고, 나아가 우리가 당면한 교육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을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경쟁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단련된다는 신념과 협동교육은 약한 자의 논리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경쟁교육만을 당연시해 온 우리의 시각을 시정하고 협동교육의 장점도 학교교육에 확산되도록 적극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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