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문 변호사

 2012년 12월에 대선 후보였던 그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실제로 전달이 됐는지는 잘 모를 일이다. 후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요청했다. 그리고 블로그 칼럼에도 올렸다.

요지는 ‘선거는 감동이 있을 때 승리한다. 지금까지는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했다. 감동을 주고 못 주고는 후보의 몫이다.’ 후보가 직접 결단하라는 취지였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줄 수 있는 감동의 카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당시의 대선판을 역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끝내 문재인은 감동을 주지 못했다. 기득권 없이 출발했던 후보이고, 모든 기득권을 한꺼번에 내려놓을 수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단일화됐음에도 당시 문재인의 지지는 오르지 않았다.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내심의 결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 야당의 대표로 돌아왔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들어서 민주주의도, 경제도 크게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 실패로 서민들과 중산층들의 삶이 위기에 몰렸고, 박근혜정부의 경제 무능으로 3년 연속 심각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또 복지 재원도 크게 모자라는데, 박근혜정부는 서민 증세로 그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특히 연말정산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봉급쟁이들의 주머니를 털기도 했다”며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 앞에 놓여진 세 가지 죽음의 고비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당대표 낙선의 길’, ‘당 화합과 부활의 실패의 길‘, ‘총선 패배의 길’ 등이다.

이는 이 세 가지 패배의 난관에 부딪히면 자신의 정치생명은 끝이 난다고 하는 사실을 잘 알고, 당원들에게 호소한 내용들이다. 이제 첫 번째 길은 지났다. 그는 당의 화합과 부활의 길로 가기 위해 당을 하나로 만들고 힘을 모으는 것으로써 힘찬 혁신을 시작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의 화합의 길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대표 당선 이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를 약속했고, 또 그렇게 했다. 명분은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꺼워진 보수층을 품으려고 하는 뜻이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내부의 반발도 없지 않다.

야당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보여 주는 야당 대표로서의 정책과 행동, 그를 통한 총선의 승리가 이뤄지게 되면 그는 다시 한 번 차기 대선 후보자로서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어느 한 과정만 실패하더라도 그에게 정치생명의 미래가 밝지 않다. 야당의 이념적 선명성과 투쟁성만을 강조해서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권 교체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야당의 정치력을 복원하는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이다.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어떻게 수정할 것이며,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지, 그리고 국민의 양극화 문제 등의 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를 내놓았을 때 3가지 원칙이 전제돼 있었다. 재정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 절감과 복지 누수 차단,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후 정부에서 재정 구조조정과 예산 절감 노력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다.

기획재정부 등에서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않았다. 여당도 이런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거나 따져보지 않았고, ‘증세 없는 복지’ 기조만을 비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반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100% 무상의료, 100% 무상교육, 100% 무상주택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밝혀 줘야 한다.

자신의 대권 문제는 스스로 밝혔듯이 완전히 내려놓고 당대표로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곳에 문재인의 미래가 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순간 스피드와 예상할 수 없는 돌파력을 가지고 모든 퇴로를 차단하고, 국민들의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으로 승부해야 그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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