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그림을 대하노라면 가슴속 저 밑바닥으로부터 뜨거움이 솟구쳐 눈시울을 붉게 만들곤 합니다. 미술품 컬렉터로서 이 젊은 작가의 그림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10년 9월 서울에서 열렸던 ‘화가 류성환-기울어진 삶’ 전시회를 기획한 유화숙 갤러리 자작나무 대표의 평이다.

화가 류성환(43)은 홀몸노인, 재개발 주민 등의 애환을 그리는 인물화가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문화기획자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감독을 맡아 동료 예술가와 제물포 인천대 숙골로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2011년 문화도시공동체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만들기 사업 시작 전 모범 사례로 꼽아 찾아올 정도였다.

기존 주거지를 유지한 채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이른바 ‘박원순식 마을만들기’ 사업 방식이 최근 전국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눈여겨본 사람은 류성환 화가인 것이다.

그는 “낡았다고 볼품없다고 모두 헐어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방식이 진정한 도시개발일까요?”라고 물으며 “원도심의 추억을 살리고 특색에 맞게 개발한 중국 사천대학교의 교정 조성 방식이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류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산 서울시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그는 최근 서울 동대문과 청계천 재개발 사업 등에 참여 중이다.

그가 정의하는 공공미술이란 ‘신축 건물에 달랑 조각 등 미술품을 세워 놓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과 대화하고 함께 고민해 지역 특색에 맞는 꾸밈을 실천하는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명품 도시의 마지막 공간은 ‘예술과 문화’로 채워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울시와의 협업, 8번째 개인전 개최 준비로 바쁜 그이지만 여전히 인천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도화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인천에 사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애환을 그려 보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틈틈이 인천의 문화예술 정책과 지역 현안을 다루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인천시의 최근 문화정책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따끔한 한마디를 남겼다. “피부에 와 닿는 게 별로 없어요. 게다가 관련 예산도 줄어들고, 전문예술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입니다.”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부탁했더니 아직 완성되지 못한 ‘응시’라는 작품 앞에 섰다. 류 작가는 “지난해 9월 동인천에서 만난 한 여성 노숙자를 통해 인간사회의 야생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실 그의 그림은 예쁜 것과 좀 거리가 멀다. 어떤 전시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그는 ‘사람과 함께하는 미술’이라는 예술관을 고집한다. 지난 겨울 부평 문화의거리에 가 학생들의 초상화를 무료로 그려 줬다. 대신 앞에 선 학생들에게 류성환 화가는 한마디를 건넸다. “내가 너의 초상화를 그릴 동안 너는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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