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유가 하락의 원인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확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량 조절 기능의 약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BNP 파리바의 상품 전략가인 해리 칠링구리안(Harry Tchilingurian)의 발표를 인용해 유가 하락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내놨다.

한은 인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의 유가 급락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대규모 수요 감소에 기인했지만 이번 유가 하락은 수요보다는 미국 텍사스 및 노스다코타 등 주로 셰일원유를 대량 생산하는 주(州)들의 생산량 확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량 조절 기능 약화 등 주로 공급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여타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에 맞춰 생산 규모를 적의 조절함으로써 전체적인 원유 공급량을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여타 OPEC 국가들의 큰 폭 증산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충분한 감산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량을 조절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심적 역할이 약화된 배경을 두고 유가 하락을 이용해 미국의 셰일(shale)원유 생산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 변화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및 브라질 등 전통적인 산유국의 생산량과 설비투자의 축소를 유도해 시장점유율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향후 유가는 미국 등의 원유 생산량 증가 속도 감소 및 유가 하락에 따른 비(非) OECD 국가들의 원유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이후 반등, 배럴당 55달러에서 연말께는 67달러(Brent유 기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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