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용 변호사

 지난달 28일 안산 시화병원에서 지적장애인(1급) 이모(29)씨가 입원 한 달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고인은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소재 해바라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난해 12월 25일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안산 시화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시 오른쪽 눈과 등은 물론 옆구리, 허벅지 안쪽, 정강이, 발등 등 전신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이를 본 가족이 항의하자 시설 측은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고인의 아버지를 비롯한 장애인과 장애인단체에서는 이를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의문사로 규정하고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2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의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 앞에서도 항의 집회를 가졌고, 9일에는 다시 정부종합청사 앞에 분향소까지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이 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이미 인천중부경찰서 강력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었다. 또 관할 관청인 옹진군청에 대해 민관 합동 실태조사를 요구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씨가 이같이 사망에 이른 데에는 무엇보다 해바라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책임이 크다. 가족과 의문사대책위가 관할 경찰서에서 확인한 폐쇄회로(CC)TV에는 이 씨가 사망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께 거주시설 내에서 뛰어다니다 벽에 부딪혀 넘어지는 모습이 나온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시설에서는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오른쪽 눈이 시커멓게 멍 들고 뒷머리에 큰 상처자국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상태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부랴부랴 시화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볼 때 아직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인권 보장은 먼 문제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은 총 1천348개에 달하고 이용자 수 또한 3만여 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 지적·발달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시설 및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은 약 2만2천 명 정도로 전체 이용자의 약 75%에 달한다.

그런데 이 씨가 수용돼 있던 해바라기 시설과 같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수용인 대다수가 지적·발달장애인들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증 지적·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자기의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시설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부당하게 취급돼도 이에 항변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영화 ‘도가니’로 유명해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물론 수백 명의 장애인들이 죽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으로 인해 그동안 장애인 수용시설 내에서의 인권유린 및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의 조사와 실태 점검이 예전보다 더 철저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장애인 수용시설은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돼 밝혀진 장애인 시설 내 폭행 및 학대, 금전 착취, 보조금 유용 등 사건은 2014년에만도 그 사례가 수없이 많다.

 게다가 피해자 대부분이 중증 지적·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폭행과 학대를 당해도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보니 그 진상을 쉽게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중증장애인 시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앞으로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담당자 인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거주시설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할 변호사단을 구성해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인권지킴이단 및 인권침해 의심 장애인 시설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단으로 활동하도록 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미 대한변협 인권위원회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간에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인권옹호를 위한 법률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장애인 인권옹호 변호사로 하여금 장애인 시설의 인권지킴이단, 운영위원회, 이사회(공익이사·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정말 제대로 실시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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