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기독교에서는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선과 악을 구별하는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전하고 있다. 기원 전 고대 중국의 맹자는 ‘성선설’을 내세우며 본디 인간은 선하다는 관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순자는 ‘성선설’에 정면으로 대립하는 ‘성악설’을 설파했다. 즉, 인간이란 누구나 관능적 욕망과 생의 충동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악한 존재라는 것이다.

선과 악 사이에 선 인간의 본성은 오랜 탐구의 대상이자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이기도 하다. 1886년 출간된 SF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의 주인공인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을 극단적으로 넘나드는 인물로 손꼽힌다. 오늘은 이 소설을 영화화한 1941년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소개한다.

촉망받는 젊은 의사 헨리 지킬은 친절한 인품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그의 최근 연구인 ‘인간 내면의 선악 분리 실험’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이 터무니없는 연구에 헨리 지킬은 집착했고, 집요한 노력 끝에 인격체 분리 약물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자신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시행한 결과, 헨리 지킬은 선과 악의 개별 인격으로 분할하는 데 성공한다.

악인인 하이드를 통해 쾌락과 향락 그리고 거친 폭력성의 쾌감을 맛본 지킬은 매일 밤 자아를 분리시켜 두 개의 얼굴로 살아간다.

그러나 하이드로의 잦은 변신은 결국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킬 박사조차 제어할 수 없는 하이드의 범죄와 악행은 끝내 살인으로 이어지고, 지킬 박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다.

그러나 하이드를 통제하려던 박사의 내면은 악으로 기울어 선한 본성은 사라지고 하이드의 악한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핵심 소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이 영화는 자신의 두 가지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내면과 그 심리를 심층적으로 포착해 낸 심리스릴러 작품이다. 1931년 최초로 영화화된 데 이어, 10년 뒤인 1941년 리메이크 작품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1941년작의 화려한 캐스팅 또한 대중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건강한 남성미의 스펜서 트레이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했는데, 선과 악을 오가는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청순함의 대명사인 잉그리드 버그만은 농염한 요부의 모습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고, 고혹적인 라나 터너는 순수하고 청초한 반전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이색적인 연기는 ‘오즈의 마법사’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대작 영화를 발표한 빅터 플레밍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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