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스탠퍼드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 한국경제신문사 / 252쪽 / 1만3천500원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피터 틸은 괴짜다. 전자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젊은이들에게 학교교육보다 학습을 우선하라고 권해 미국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또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하는 틸 장학금을 만든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그가 진행한 ‘Startup’이라는 강의 내용을 한 학생이 블로그에 올려 수많은 조회 수와 함께 일부 신문에도 보도되는 등의 반향을 불러왔다.

이 책 「제로 투 원」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startup)에 관해 다룬다. 놀라지 마라. 이 책의 내용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다.

저자는 경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독점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지금까지 당연한 통념으로 여겨졌던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동안 우리가 경쟁 때문에 발전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경제학자들과 교육 시스템을 통해 주입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독점기업들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더 이상 독점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독점’의 의미는 이렇다. 「제로 투 원」에서 ‘독점기업’은 ‘자기 분야에서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감히 그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책 속의 내용이다. 그럴 듯한 궤변으로 들릴 수도 있다.

“독점기업은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이나 제품에 더욱 정성을 쏟을 수 있다. 반면 완전경쟁 시장에 있는 기업은 현재의 이윤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미래에 관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경제이론을 벗어나 실제 세계에 나가 보면 기업들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저자는 말한다.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발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기업가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지 마라.”

또 독점기업이 되기 위한 4가지 해법을 마지막으로 제시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한 후 몸집을 키우라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독점 이윤을 누리는 라스트 무버(last mover)가 돼라 ▶관습과 통념을 벗어나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때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어느 혁명가의 삶

   
 

박건웅 /보리/ 628쪽/ 3만 원

남과 북 양쪽에서 모두 인민위원장을 지낸 혁명가 허영철의 삶이 만화로 되살아났다. 만화가 박건웅이 600쪽이 넘는 그림으로 그의 삶을 되살려냈다.

만화는 1920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 그리고 분단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살아온 허영철의 아흔 해를 기록했다.

‘그땐 모두가 다 그렇게 살았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새롭게 읽는 한국 현대사’이다. 2009년에 펴낸 「나는 공산주의자다」 1, 2권을 한 권으로 다시 묶어 그래픽노블로 완성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농사꾼, 철도 노동자, 탄광 노동자로 일하며 잔뼈가 굵어지고, 해방 뒤에는 남녘 전라북도 부안군과 북녘 황해도 황주군에서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허영철의 생애를 담았다. 비전향 장기수나 공산주의자 같은 수식어보다는 평범한 한 사람이 겪어야 했던 그 시대를 민중의 시각으로 담아냈다.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은 영웅의 시각으로 정리한 한국 현대사가 아니라, 역사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낸 우리 민족사를 담담한 어투와 힘 있는 그림으로 되살려냈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책들은 제법 있지만, 만화로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지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만화’라는 친숙한 장르로 풀어내 사람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만화는 ‘가볍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오해를 씻어 낼 만큼 내용과 기법에서 독창적인 시도를 보여 준다.
박건웅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곧이어 벌어진 한국전쟁과 그 밖의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2년 동안 600쪽이 넘는 화폭에 차곡차곡 담았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어느 혁명가의 삶」에 대해 “원작의 제목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가 암시하듯이 허영철은 참으로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이 책은 역사의 큰 물결이 한 개인의 삶 속에 어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평했다.

최두환 기자 cdh9799@kihoilbo.co.kr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박광수(엮음) / 걷는나무 / 244쪽 / 1만1천 원

“삶에 지쳐 잠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을 때,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보니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 이 시들이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광수생각」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만화가 박광수가 삶의 고비마다 읽어 온 ‘100편의 시’를 모은 시집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를 최근 출간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세를 탔던 저자는 어설프게 사업을 시작했다가 최근 쫄딱 망해 버린 적이 있다. 그때 그에게 버팀목이 돼 준 것은 다름 아닌 ‘시’였다.

저자는 릴케와 같은 세계적인 시인부터 김사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들을 추려 실었다. 또 저자가 책 중간중간에 그린 다정다감한 삽화가 주는 여운도 가득하다.

저자 박광수는 이 책에서 “당신, 잘 지내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한다. “부디 아프지 마시라.”

설득의 심리학(완결편)

   
 

로버트 치알디니, 스티브 마틴, 노아 골드스타인 / 21세기북스 / 352쪽 / 1만5천 원

“한 끗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국내 150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설득 심리학」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책에서 공동 저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설득 심리학의 핵심으로 ‘스몰 빅(small BIG)’을 강조한다.

 커다란 효과를 이끌어 내는 작고 사소한 변화, 즉 ‘스몰 빅’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설득’이란 주제를 과학 등의 최신 연구를 통해 소개하고 풀어냈다.

이 책에 나오는 52가지 ‘스몰 빅’은 설득을 위한 작고 사소한 시도가 어떻게 놀라운 성과를 가져다주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들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소개된 52가지 작은 변화를 읽는 데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용도 쉽다. 그리고 누구든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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