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US오픈이 오는 26일(한국시간) 자본주의의 상징에서 비극의 도시로 영락한 미국 뉴욕의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2주간 열전에 돌입한다.
 
남녀 단식에 각각 128명이 출전해 정통 하드코트의 최고수를 가려낼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단일 스포츠이벤트를 통틀어 최고액인 1천617만4천200달러에 달한다.
 
단식 우승 상금은 성평등 원칙에 따라 남녀 모두 90만달러다.
 
현재 본선에 자동 출전한 이형택(25·삼성증권)이 2000년 US오픈 16강 신화를 재현할 호기를 맞고 있는데다 `황태자' 레이튼 휴이트(호주)의 남자단식 2연패 여부와 윌리엄스 자매의 여자단식 정상 대결 등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넘친다.


◇이형택 `16강 재현 청신호'
 
2년 전 본선에 첫 출전하면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지난해 1회전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이형택(25·삼성증권)은 웬지 예감이 좋다.
 
세계랭킹 80위인 이형택은 1회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32계단이나 아래인 마디피시(112위)와 맞붙게 된 것.
 
이 대회에서 이형택이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와 첫판에서 싸우게 된 것은 처음이다. 또한 2회전에 오를 경우 만날 것으로 예상됐던 호주오픈 챔피언 토마스 요한손(스웨덴)이 부상으로 불참해 적어도 32강까지는 그다지 까다로운 상대가 없는 점도 행운이다.
 
올해 21살로 2000년 데뷔 이후 아직 단 1개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한 피시는 올 시즌 6승8패를 기록하는 등 여러 모로 이형택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현재 이형택과 함께 뉴욕에 머물고있는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은 “이형택의 대진운이 좋은데다 컨디션 또한 최고조에 이르러 8강 진출까지도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여자 단식 예선에 출전한 조윤정과 전미라(이상 삼성증권)도 23일 최종 예선전에 나란히 진출, 최소한 두 선수 중 한 명은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주 감독은 “조윤정과 전미라의 경기 내용이 매우 좋아 둘 모두 본선에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휴이트와 윌리엄스 자매
 
지난해 이곳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뒤 줄곧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해 오고 있는 휴이트는 올 시즌 윔블던마저 제패하며 황제 등극이 임박했음을 알린 세대 교체의 선두 주자.
 
피트 샘프라스, 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 패트릭 라프터(호주) 등의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 속에 휴이트가 대회 2연패와 함께 메이저대회 2연속 우승을 거머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여자단식에서는 윌리엄스 자매가 3차례 연속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일 것인지, 그리고 동생 세레나가 언니 비너스를 또 한번 좌절시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에 올라있는 세레나와 비너스는 톱시드와 2번시드로서 결승 이전에는 대결할 기회가 없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결승에서 언니를 연파한 세레나는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거머쥐고 명실상부한 최강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동생에게 연거푸 당한 수모를 씻고 대회 2연패를 이루겠다는 비너스의 각오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대폭 강화된 보안 대책
 
지난해 US오픈이 축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리던 날, 이틀 뒤 경기장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던 세계무역센터(WTC)가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틀 뒤 뉴욕에서는 건국 이후 최악의 테러로 인해 상상도 못했던 일이 실제가 돼버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열리는 제121회 US오픈은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비와 보안 대책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대회 본부가 소지품 제한과 경찰력 증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보안 대책을 23일 내놓음에 따라 관중들은 가방을 2개 이상 들고 입장할 수 없으며, 가방의 크기도 높이가 30.48㎝, 길이 40.64㎝ 이하로 제한된다.
 
또한 우산, 캔과 병, 휴대용 냉장고, 딱딱한 재질의 서류 가방 등 무기가 될 수 있는 물건들과 비디오 카메라, 라디오 등의 전자 장비 반입도 금지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