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되던 해 자비를 들여 낸 첫 시집으로 일본에서 스타덤에 오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처럼 늦깎이 시인으로 최근 데뷔해 문단에서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인이 있어 화제다. 인하대학교 미대 졸업 후 유통업 일을 하다 틈틈이 써 둔 글로 지난해 10월 등단한 정영희(51)시인이 그 주인공.

최근 그의 작품이 미국의 한인신문에 연재되면서 생긴 유명세로 홈쇼핑 광고모델 제의도 받은 상태다.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시 ‘상처’, ‘기억’, ‘꽃’ 등으로 작가 데뷔 4개월 만에 스타가 된 정영희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꾸밈없이 쓰는 맑은 글’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제 글이 미국의 한인들에게 전달돼 현지 시인들의 추천으로 지난 2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국에 있는 한 한인신문에 시가 실리고 있죠.”

그는 “과거 연애감정 등 그리움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시들을 독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특히 우리나라보다 미국 한인사회에서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국내 문학계의 평도 좋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첫 시집인 「가슴에 내리는 비」에 대해 문학평론가 최수혁은 “그의 시는 페이소스(Pathos)적 미학과 사랑학을 통한 시적 변주”라고 표현했다.

“정영희의 시 세계는 평이하고 서정적인 시어들을 사용해 사랑의 근본적 문제를 탐구하는 사랑학의 깊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또 유년시대 풍경들을 재구성한 일종의 풍경화인 동시에 진한 아픔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다음 시집에서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는 최근 시의 산문화 경향과는 달리 함축과 절제미를 지향하는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하게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반복되는 시어를 쓰게 돼요.”

옛 인연과의 사랑, 추억, 그리움을 낭만적 아이러니와 향수로 표현해 독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원해 반복적인 시어를 강조한다. 독자와의 소통을 끌어갈 수 있는 힘으로 반복적인 단어 사용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그는 일본인 시인 ‘시바타 도요’처럼 돈이 아닌 스스로의 만족과 행복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자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게 좋아 지금도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내 방식대로 글을 쓴답니다. 이런 글이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순간적인 영감을 표현하는 꾸밈없는 작품 집필에 몰두할 거라고 전했다.

“글은 순간적인 영감으로 쓰는 예술이죠. 독자를 생각하면 글이 잘 써지지 않더군요. 시를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과 감정이 저절로 내 마음속을 찾아와 순간적인 영감에 써 내려가다 보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죠.”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