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운시황을 놓고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간의 명암이 갈라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는 원양정기, 부정기 선사들이 경기호황을 구가하면서 잇따라 운임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한·일, 한·중, 동남아 등 근해항로 선사들이 원양과는 전혀 다른 선복과잉으로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북미, 구주, 중동항로 등 원양항로선사들은 물량은 예년과 큰 변화가 없으나 자체적인 선복감축이 큰 약효를 발휘해 호황을 맞이한 탓이다.
 
보도에 따르면 근해항로는 개방이라는 물결을 타고 주요 선사들이 대거 새로이 진입함으로써 선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기존 취항선사들도 선박의 대형화, 항로 신설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면서 선복을 늘려 항로안정화의 길이 멀어져만 가게 됐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선복량이 증가하는 만큼 물량이 따라주면 금상첨화이지만 한정된 항로에서 물량증가세는 큰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겠다.
 
우리의 근해항로에 있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 한일항로다. 이는 한일간 국적선사들이 20여년간 풀제를 운영하면서 여러항로에서 볼 수 없는 결속력과 함께 위반선사에 대한 단호한 조치들로 개방화속에서도 높은 적취율을 기록하는 안정된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한중항로 동남아 항로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부분 한일항로와 중복 서비스를 하고 있는 선사들이 선복을 한일항로로 돌려 한근협(한국근해수송협의회)의 풀제는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한근협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99년까지 80%를 상회했던 한근협 회원사 로컬화물 적취율이 지난 2000년 들어서 70%대로 크게 떨어졌고 지난해엔 66.28%라는 최저 적치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일항로 수순은 신규 투입선박으로 선박과잉이 지속되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풀제의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아무튼 한근협의 운영은 외국해운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회원사들의 권익응호에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었으나 이것 마저도 선복과잉엔 당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동남아 정기선사협의회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항로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협의체 운영을 근해항로 협의체에 주문을 촉구하고 있어 선사결속을 더욱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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