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판결을 선고했다.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제241조 제1항이 인간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과거 변호사로서 수많은 간통 사건을 다뤄 봤는데, 간통죄에는 오로지 징역형만 규정돼 있고 벌금형은 아예 규정돼 있지 아니해 일단 간통죄가 인정되면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받아야 할 정도였으니, 그 처벌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간통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다 보니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간통을 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채 은밀하게 자행됐고, 일단 간통행위가 밝혀진 경우에는 피해자인 배우자에게 거액의 금전적 위자료를 지급해서라도 합의를 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했으므로 앞으로는 간통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게 됐고, 오로지 민사상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문제로 남게 됐다. 문제는 혼인의 성적 순결 의무를 악의적으로 파괴하는 간통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대응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가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간통행위자들에게 부과하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으로서 위자료 액수는 개인적인 재판 경험으로는 인천지역의 경우에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이고, 간혹 3천만 원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드문 경우다.

간통행위가 고의적인지, 수회에 걸쳐 이뤄진 것인지, 간통기간은 장기간인지, 간통행위에 대해 반성을 하는지, 가정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 대상이 되지만 간통행위 자체가 상대 배우자에게 주는 배신감이나 정신적 상처, 자녀들을 포함한 가정 전체가 받는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형사상으로 처벌도 받지 않는 간통행위에 대해 피해자에게 인정돼야 할 위자료는 어느 정도가 돼야 사회적으로 설득력 있는 금액이 될 것인가는 하는 문제는 현 시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현재 법원에서는 사망사고의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상한을 대략 8천만 원 정도로 정해 놓고 있다. 왜 굳이 8천만 원 정도인가에 대해 이론적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근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법원의 표현으로는 우리 사회의 경제규모와 개인들의 경제적 배상 능력을 고려해 배상금을 결정할 때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 상한은 대략 8천만 원 정도라고 설명하는 정도다.

흔히 사람의 가치는 금전으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것이며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엄하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가 침해를 받았을 때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얼마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사회의 일반적 평균인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고, 특히 위법행위 중에서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고의적이고 비인격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고액의 배상액수를 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가정의 해체를 부르고 가정 구성원 전체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간통행위에 대해 현재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금액은 법적인 근거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없는 어정쩡한 금액이고, 거꾸로 간통행위자에게 너무 관대한 금액이다.

과거처럼 위자료 액수를 결정함에 있어서 위법행위자의 배상 능력을 고려한다는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 위법행위자의 배상 능력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야 하고, 위법행위의 사회적 비난의 정도를 고려해야 타당할 것이다.

이렇게 고려해 결정된 위자료를 위법행위자가 능력이 부족해 갚지 못하는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로서 법원이 이 문제까지 고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 관여돼 회사 관계자들에게서 수사에 허위 증언을 하도록 강요당한 승무원이 한국 법원이 아닌 미국 뉴욕 법원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행위의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사람의 가치를 더 높고 더 비싸게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우회적으로 한국 법원의 위자료 제도 운영에 대한 비판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에 가깝다는 대한민국.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금전적 가치 평가도 과연 세계 10위에 가까울까? 인간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서도 세계 10위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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