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석 인천대학교 교수

 유명한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Gerorge Bernard Shaw)는 영국의 명사였으므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오래 살다 보면 이렇게 될 줄 내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는 그의 묘비명조차, “앞으로 한 세기 동안 영국은 조용할 것이다”란 그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희화화한다.

그러나 그의 촌철살인의 말 중 압권인 것은 어느 육체파 여배우의 프러포즈에 대한 거부일 것이다.

 당시 꽤 유명한 미모의 여배우가 “우리 둘이 결혼하면 나의 아름다운 미모와 당신의 영특한 머리를 가진 2세가 태어날 터이니 저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그에게 제안했다.

쇼는 “당신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당신의 빈 머리와 나의 형편없는 모습을 지닌 아이가 태어날까 걱정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답니다”라고 퇴짜를 놓았다.

이것은 한낱 우스개에 불과하지만, 20세기 미국의 금주법과 21세기 한국판 금주법인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쇼와 하는 결혼의 좋은 측면만 생각한 여배우의 청혼 결정과 같기만 해서 우려스럽다.

미국의 금주법은 알코올중독이나 범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1919년부터 시행됐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 본토와 미국 재판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에서 주류의 제조·판매·운반이 금지되며, 위 지역으로의 수입과 수출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은 입법 취지의 숭고한 도덕적 성격과 달리 오히려 밀수와 밀매 등 온갖 범죄를 양산하면서 1933년 폐기됐다.

지난 3월 3일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를 근절시킨다는 취지에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의해서 세칭 김영란법이라 불린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제안한 원안과 많은 부분이 달려졌으며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어 위헌적 요소가 있고, 입법 취지와는 달리 정작 포함시켜야 할 사항이 누락돼 법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첫째, 위헌 논란이다. 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지적하듯 이 법에서 부정청탁 개념은 모호한데 이는 법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이 법은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불고지죄를 포함시키는데 이 또한 헌법에 위배되며, 공직자 기본권 제한을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위배된다. 이 때문에 대한변호사회 등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한다. 둘째는 법의 미비성이다.

이 법이 공직자의 부패 근절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충돌규정을 통째로 빠트려 입법 취지를 살리는 데 충분하지 않다. 그리하여 법안을 제안했던 사람이 이 법안을 ‘반쪽짜리 법안’이라 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으니 끝인가. 아직은 아니다. 위헌 소지가 있고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이 법은 개정해서 헌법에 합치되고 부정부패를 근절시키는 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시행세칙으로 위헌요소를 회피하거나 시행 후 문제가 되면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같이 결정적인 하자가 입증될 때 개정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일반 법률이 헌법을 능가하지 못하듯, 시행세칙이 위헌적인 이 법의 흠결을 메꿔 줄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려 한다면 그때까지 발생하는 혼란은 어찌할 것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다행히 삼권분립제도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은 53조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그것으로, 정확한 표현은 법률안 재의요구권이다.

대통령은 국회에 성급히 처리한 졸속 법안을 재의하도록 요구해서 법적 혼란을 피하도록 할 수 있는 권리와 이를 통해 향후 한국사회가 부패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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