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독일)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처음으로 호출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위건)에 대해 소속팀에서의 입지 변화가 선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 평가전에 나설 선수 23명을 발표하면서 “지동원과 김보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인데, 최근 3개월 정도 사이에 소속팀에서 입지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다시 대표팀을 소집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멤버를 대다수 포함한 가운데 6명의 선수를 새로 발탁했다. 특히 지동원과 김보경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다 위건으로 옮겨 주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 지동원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최근 7경기 중 6경기에 선발로 나왔다”며 발탁 이유를 소개했다.

 두 선수 외에 김기희(전북),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김은선(수원), 이재성(전북)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기희와 윤석영은 기존에 대표팀에 있었으나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이라는 이유로 부득이 합류하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김은선과 이재성은 지난해부터 유심히 봐 왔다. 지난해 말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K리그 초반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 발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제외된 이동국(전북), 대기명단에 든 김신욱(울산)에 대해서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은 선택받은 자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지나치게 문턱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그만한 자격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문답.
 -선수 선발 배경과 3월 A매치 계획을 설명해 달라.
 ▶(한국어로)안녕하세요. 이번 명단에는 아시안컵과 비교했을 때 6명의 새로운 선수가 있다. 6명 중 김기희와 윤석영은 기존에 대표팀에 있다가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이라는 이유로 부득이 합류하지 못했던 선수다. 저와 실질적으로 처음 함께하는 선수들은 김은선, 김보경, 이재성, 지동원 4명이다.

 김은선, 이재성은 지난해 말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경기를 보면서 유심히 봤다.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K리그 초반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 발탁했다.

 지동원, 김보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최근 3개월 정도 사이에 소속팀에서 입지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한 선수들이라 선발했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다 위건으로 옮겨 주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 지동원은 도르트문트에서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했는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최근 7경기 중 6경기 선발로 나왔다. 소집해 직접 기량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동국은 아예 제외, 김신욱은 대기명단에 들었다. 두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했나.
 ▶(질문한 기자를 향해)반대로 물어보겠다. 이동국이 올 시즌 몇 분의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는가. 대표팀은 선택받은 자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지나치게 문턱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 김신욱은 출전시간이 길지만, 계속 교체로 나오는 건 몸 상태가 온전치 않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대기명단에 포함한 건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차원도 있다.

 공격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대기명단 중에는 조영철이 더 근접하지 않나 싶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시간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동원과 이정협은 스타일이 비슷한 공격수다.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현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경기 운영을 구상하기는 어렵다. 이정협은 아직 소속팀의 공식 경기가 없었다. 이번 주말 경기의 활약을 지켜봐야 한다. 지동원은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이번 평가전은 공식 대회보다 교체 선수 수가 많아서 많은 선수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게 목표다.

 -차두리를 발탁한 의미는.
 ▶차두리와 앞서 직접 면담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국에서는 선수가 은퇴할 때 전반전 끝나고 단순히 은퇴식 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소 소극적인 것 같다.

 단순히 식만 거행하는 것은 해당 선수가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해 불가피한 점이 있었는데, 차두리는 상황이 다르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대표로 발탁해 은퇴식이 아닌 은퇴 경기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A매치 75회 출전하며 큰 자부심을 느끼고 활약해 온 선수라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단순히 하프타임에 관중석에서 내려와서 꽃다발을 받는 것보다는 경기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차두리는 우즈베크전이 끝나고 서울로 복귀, 29일 합류해 같이 훈련하고 31일 뉴질랜드전에 출전시킬 것이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 90분을 다 뛰게 되나.
 ▶전반 끝나기 2∼3분 전에 관중의 박수를 받으면서 나가도록, 이후에 하프타임 식에 참석하도록 할 계획이다.

 -차두리의 대체자원은 김창수뿐인 것으로 보이는데, 나머지 경기 운영 계획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라이트백 자원을 실험할 계획이 있다. 어떤 선수인지, 어떤 실험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는 늘 해당 선수와 경기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쌓고 난 뒤 공개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김은선과 이재성은 어떤 면에 주목했나.
 ▶김은선은 부임 이후 계속 지켜봐 왔다. 수원이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김은선의 수비력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에도 불렀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 이재성은 경기에서 많은 활동량과 좋은 움직임을 보여 줬다.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기에 특별히 많은 것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열려면 변화도 줘야 한다. 친분 등에 의해 선수를 선발할 수는 없기에 꾸준히 변화를 줘야 한다.

 K리그가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특출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있다면 당연히 기회를 줘야 한다.

 대표팀을 꾸릴 때는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자철, 기성용, 박주호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포함돼야 하고, 이 선수들에게 저의 축구철학, 일하는 방식을 이해시켜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큰 변화를 줄 상황이 아니고 이유도 없으나 김은선이나 이재성을 발탁한 것처럼 작은 변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평가전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대표팀에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경기다.

 -최근 아시안컵 리뷰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번 발탁에 반영됐나. 또는 앞으로 어떻게 반영하고 싶은지.
 ▶세미나에서 본 영상을 편집해 비슷한 장면을 선수들에게도 보여 줄 것이다. 팀이 잘나갈 때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근호를 이번에 제외했는데, 아시안컵을 통해 기대만큼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도 주로 교체로 많이 나오고 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 당연히 실행해야 한다.

 이근호는 예의 바른, 인간적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다. 그런 점만 놓고 본다면 발탁하는 게 맞겠지만, 그런 것만 보고 선수를 부를 수는 없다.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 대표팀에 들어오려면 경기장에서 그만한 자격을 보여 줘야 한다.

 대표팀은 특별한 영광의 자리여야 한다. 그것을 위해 선수들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K리그 초반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를 자주 지켜보는 가운데 흥행과 경기력이 좋다. ‘슈틸리케 효과’라는 평가도 있는데, 이를 체감하는가. 또 경기를 지켜보면서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K리그의 관중과 관심 증대가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원하는 바다. 경기력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은 특별히 말할 부분이 없다.

 -이정협은 아직 올해 공식경기가 없었다. 반면 양동현 등 K리그 초반에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도 있었는데, 다른 공격자원에 대한 고려는 없었나.
 ▶저뿐만 아니라 모든 코칭스태프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고 있다. 들어올 만한 자원이 있으면 평가를 한다. 이정협은 정말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매달 ‘제2, 제3의 이정협’을 발굴한다면 K리그에 부정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협은 우리와 함께하면서 아시안컵을 포함해 A매치를 7차례 치렀다. 대회기간을 통해 장단점을 잘 파악했다.

 다른 공격수는 2주간 많은 경기를 본 결과 원했던 것처럼 특출난 선수가 없었다. 각자 소속팀에서 두 경기 치른 상황에서 다소 괜찮은 활약을 한 선수가 있지만,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대표팀 문턱이 너무 낮아지면 안 된다. 두 경기 잘했다고 해서 대표팀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결정을 하려면 30인 정도의 소집 명단을 발표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대표팀 운영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선택받은 선수가 들어와야 하고, 들어오기 쉬운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단적인 예로 지난 주말 포항-울산 경기에서 김신욱이 중거리슛으로 득점하면서 대표팀에 들어와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골은 골키퍼의 자책골에 가까운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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