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2018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2000년 노인인구 7.2%로 고령화 사회가 시작된 이후 고령사회까지 18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이전에 일본이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됐는데, 일본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행하는 데 29년이 소요됐으나 우리나라는 그보다 11년을 단축시킨다.

고령화 속도는 저출산과 관련되는데,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초저출산국가로 접어든 지 좀 된 나라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중의 하나임을 출산율 지표에서 알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고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 사회의 미래는 쉽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성비가 이전과 뒤바뀐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는 인구성비가 남성이 조금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18년 이후로는 성비가 줄어들어 남성이 여성보다 적은 시점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져서 그리고 출생 시부터 예전보다 많지 않은 남아 수로 빠른 속도로 여성의 숫자가 많아지고 남성의 숫자가 줄어들어 성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속도로 진행된다면 다음 세대부터는 짝을 찾기 위해 남성이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고 여성에게 구애하는 시대에서 여성이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고 남성에게 구애하게 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서울여자대학교 겸임교수이면서 스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옥 씨는 법조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보니 이미 사법고시 합격자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며, 1순위에서 5순위까지 여성이어서 놀라웠다고 했다. 이러다가 검사, 판사, 변호사는 모두 여성이고 범죄자는 남성으로 채워지는 법정이 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해 듣는 이들이 모두 웃으면서도 그 불균형이 편안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성비가 뒤바뀌는 것도 출산을 하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태내에서 수정되는 것은 남아가 여아보다 많다. 즉, 남아가 여아보다 태내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태내에서부터 남아는 생존에 여아보다 취약하다. 그래서 남아가 여아보다 더 많이 사산한다. 출생 후에도 여아보다 남아가 사망을 더 많이 한다.

연령이 50대 중반까지 남성이 질병으로 혹은 사고로 여성보다 더 많이 사망한다. 그래서 50대 후반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아져서 나이가 들수록 남성 노인은 보기가 어려워진다. 아이를 많이 출산하던 시절은 남아도 역시 출생을 많이 해 성비가 균형을 이뤘으나 출산 자체가 너무 적을 때에는 전체 성비 균형이 맞춰지기 어려워진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아마도 남성의 카리스마는 앞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여성의 매력이 카리스마와 결단력, 추진력 등 예전의 남성에게 찾을 수 있는 단어와 이미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전에는 여성의 어려움은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남성에게 주는 편의로, 여성은 자연스레 뒤로 밀리고 차별받고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왔는데 앞으로 여성의 수와 능력이 많아지면 이런 상황이 뒤바뀔까? 아마도 예전의 차별에서는 많이 자유로워지기는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성 개개인의 삶에도 자유로움이 따르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와 같은 지표가 알려 주는 것은 출산이 적어짐으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 남성인구의 감소, 남성의 취약성 등이며, 그에 수반된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런 우리의 몫을 조금씩이나마 분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문제 인식과 장기적인 문제 해결 전략이 필요하며, 당장 눈앞에서 인기를 끌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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