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콘서트 그리고 무용 등의 공연예술은 해당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자와 관객들이 시공간을 공유하며 교감을 통해 완성하는 무대예술이다. 관객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실연되는 공연의 매력은 바로 그 현장성에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 안에서만 가능하다. 시공을 초월해 많은 관객과 호흡하기란 실연 중심의 공연예술 특성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과제였다.

그러나 최근 문화예술계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현상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놓았다.

공연예술의 영상화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관객들에게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세계 각국의 뛰어난 작품들을 공연장이 아닌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인 ‘위대한 유산’은 2013년 영국 웨스트 엔드의 보드빌 극장 실황 공연 영상으로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에 있는 작품이다.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연극화한 이 작품은 독특한 무대 연출과 새로운 작품 해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 ‘위대한 유산’을 극장에서 만나 보자.

일찍이 부모를 여읜 채 누나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시골 소년 핍은 매형의 대장장이 일을 배우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핍은 숲 속에서 탈옥수 매그위치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탈출을 돕게 된다.

죄수 매그위치는 어린 소년 핍에게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노라 말하지만, 핍에게 이날의 기억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돼 성인이 된 후에도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춥고 가난하며 배고픈 생활 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은 피어 올랐다. 핍은 부잣집 양녀 에스텔라에게 연정을 품게 되지만,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괴로워 한다.

그러던 중 핍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익명의 은인이 나타나게 되고, 핍은 가난한 시골을 벗어나 런던 상류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이른바 ‘신사’ 수업을 통해 상류사회의 매너를 터득해 가지만 핍은 신사의 허울만 썼을 뿐, 도덕적으로 타락한 속물적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마저 흐려져 갈 때 즈음 그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재정적으로 도와준 은인의 정체가 죄수 매그위치임을 알게 됐을 때, 그는 크나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게다가 죄수의 재산이 몰수되면서 핍은 한순간에 거액의 빚에 시달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사모하던 에스텔라마저 다른 남성과 혼인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핍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한다. 벼랑 끝에 몰린 핍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돈으로 산 신사의 체면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빅토리아 여왕 시대인 1861년에 완성된 소설 「위대한 유산」은 작가 찰스 디킨스의 후기 시절 작품으로 해학과 풍자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훌륭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사회·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감정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물질적 타락과 시련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동명 작품 연극 ‘위대한 유산’은 19세기가 아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원작에 비해 더욱 어두워진 분위기와 냉소적인 결말 등은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기에 무리가 따르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봄에 있어서는 진지한 자극제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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