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바야흐로 모든 학교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신학기가 돌아왔다. 역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가 보다. 학생이 없는 학교란 너무 썰렁한 시멘트 공간이라 여겨진다. 대학가에도 신학기가 되면 새내기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된다.

사실 매년 이맘때면 대학들은 신입생들의 올바른 대학생활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혹은 신입생 및 재학생 상호 간의 친목을 다지는 멤버십 트레이닝(일명 MT), 체육대회, 사제 동행 봉사활동, 나아가 졸업여행 등 학생들의 재학 만족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활동이 예전 같지 않게 많이 위축돼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신입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혹자는 우리나라를 안전불감증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필자도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학생 관련 대형 사고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 신입생 등 10명이 사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사망자 295명·생존자 172명·실종자 9명을 초래한 세월호 사고, 환풍구 붕괴로 인해 15명이 사망한 판교 공연 참사, 사망자 4명·부상자 6명을 낸 담양 펜션 화재 등 무수한 참사가 연이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곧바로 전국의 모든 학교로 더욱 강화된 안전지침을 내려보냈고,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극복할 목적으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역설적으로 대학의 모든 대외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박근혜정부가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학과 혹은 대학의 대규모 학생 관련 행사에는 반드시 ‘대학생 행사 운영 안전 확보 매뉴얼’이란 지침을 준수해야만 한다.

 매뉴얼의 주요 내용은 숙박시설(장소) 및 교통수단에 관한 사항, 단체 활동에 대한 보험 가입, 행사(계약) 전(前) 답사, 참여 학생에 대한 사전 안전교육 실시, 필요시 교직원 동행과 예산집행 내역 공개 등이다.

이들 내용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하다 보면 실행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행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현 시점에서 안전 조건을 만족하는 숙박시설을 찾기도 어렵고 설사 있더라도 비용 문제가 생기고, 보험 가입은 주민등록번호 기재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며, 사전 답사나 안전요원 동행 등은 경비를 일정 부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무엇보다도 어려운 점은 향후 교육부의 감사가 두려워 상기 지침에서 사소한 흠결이라도 있으면 담당부서에서 승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후의 모든 사항은 관련 교수 혹은 학과에게 책임을 묻다 보면 행사가 아무리 교육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늘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지침이 너무 성급하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급조돼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규제가 되지 않았나 반성해 볼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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