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결과 열세였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 중 하나가 이회창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된 개혁성과 서민 이미지로 인한 젊은층의 표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DJ 정권 말기에 이르러서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와 함께 사회전반적으로 만연된 부정부패나 IMF 이후 더 심화된 빈부격차 등을 노무현 후보가 개혁을 통해 개선 좀 하라는 열망이 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이회창 후보 대신 개혁성이 강한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국론분열로 곤두박질치는 형국

 
그러나 이와 같이 기대를 모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조금씩 삐걱이는 듯 싶더니 이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래도 그동안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시행착오려니 하고 애써 위안을 해 왔지만 지금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걱정부터 앞선다.
 
현 정세는 국민들의 의견 대립을 조화롭게 조정, 통합해 국가의 힘을 결집시켜서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위 대립의 중심에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대립의 한 축으로 등장해 툭하면 개혁 대 보수라는 단순 흑백논리로 언론, 정치권, 법조계, 문화계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대립관계를 만들어 그 결과 나라는 국론분열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만 보아도 북핵문제, 송두율 교수에 대한 처리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등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각자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시위하며 충돌직전의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죽어 나는 것은 국민들, 그 중에서도 서민들이다. 최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IMF때 보다도 더 힘들다고 한다. 기업은 대부분 일감이 없어 사실상 휴업상태라 날로 체불임금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고, 그나마 일감이 있는 곳은 일은 해도 수금이 안 돼 간신히 월급 정도 맞추어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다수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어 또 다시 청년실업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대두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수사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의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며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며 국론분열의 한복판으로 뛰어 들고 있다.


재임기간 소임 충실해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고도로 술렁이고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고 분주하다. 그만큼 국가의 힘은 낭비되고 국민은 더욱 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신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것인지 혹은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국민은 제발 대통령 스스로가 국론분열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동안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모든 국민들이 살 맛 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보답이며 그러한 의무를 재임기간동안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지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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