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흠 인천시교육청 정책기획관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다원화된 사회에서 그것은 ‘소통’이 아닐까? 특히 교육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각자 생각도 다양하다.

 ‘소통’은 공통점 위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너와 내가 생각이 같다면 굳이 오랜 시간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 한편 서로 다름만 있다면 이야기는 지루하게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소통은 같음과 다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인천교육 정책 변화 가운데 ‘두발 자율화’와 ‘등교시간 정상화’에 관한 소견을 밝혀 보고자 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2014 인천 청소년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두발 규제는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며 폐지를 건의했다. 학생들은 두발 규제가 기본적인 자기 표현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와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어느 정도 규제 속에서 자라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생각의 ‘다름’이 분명해 보이지만 ‘같음’ 또한 분명하다. 두 견해 모두 ‘학생’들을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해야 한다. 생각의 차이가 있으니 서로 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생각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조율할 수 있는 것이다.

‘등교시간 정상화’ 정책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건강권 보장과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새 학기부터 등교시간과 1교시 시작 시간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학생·학부모·교사 등 4만9천613명이 참여한 ‘희망 등교시간 설문조사’를 토대로 오전 8시 40분~9시에 등교하고, 8시 50분~9시 10분 사이에 1교시를 시작해 학생들에게 좀 더 활기찬 아침, 알찬 학습을 돕자는 취지다. 이 정책도 생각의 차이가 있다.

일찍 등교해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와 학생들이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건강과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같다. 역시 소통해야만 하는 이유다.

다시 소통 문제로 돌아가 보자. 소통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확신보다 나 자신이 기꺼이 설득당할 수 있다는 포용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소통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소통의 포용과 불편함은 힘 있는 사람의 특권이기도 하다. 힘없는 사람, 목소리 작은 사람은 설득당하기보다 강요당하고, 포용하기보다 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힘 있는 사람이야말로 무릎을 구부려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교육 문제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 가장 목소리 작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바로 ‘학생’이다. 누구나 학생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은 경청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대상일 뿐이었다. 학교생활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소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적 추이와 학생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려는 관점을 뛰어넘는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 목소리만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작았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힘 있는 사람들이 ‘모두의 공교육’을 위해 참고해야 할 것이 또 있다.

한국 10대들이 느끼는 학업스트레스는 세계 최고며, 학교생활 만족도는 주요 국가 30개국 중 뒤에서 다섯 번째인 26위라는 연구 결과(3월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은 ‘같음’의 기반 위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소통과 모두가 제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갈 때 제대로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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