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봉석 영산대 법대교수

 근래에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그리고 혼인빙자간음죄 및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이러한 위헌판결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추세인 것 같다.

이는 모두 사회정책적인 사안이므로 국민 여론을 조사하고 국회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겠으나, 단지 정치노름에 여념이 없는 국회가 이러한 변화를 자체적으로 주도해 나아갈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헌법재판소가 나서는 것을 용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와중에 우리의 국회는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기치 아래 일명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각종 눈치작전 끝에 아주 이기적이며 엉성한 내용으로 입법 통과시킨 이 법은 제정 즉시 위헌심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위헌심사란 개인에게 부여된 근본적인 권리, 즉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법의 테두리를 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국가 권력인 입법, 행정, 사법권이 행사돼야 하며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국가 권력의 하나인 형벌권이 개인의 기본권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심사해 이 국가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사법상의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명제임에도 과연 구체적인 사안을 볼 때 헌법적 권리인 기본권이 실제로 침해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아 폐지된 형법상의 혼인빙자간음죄 및 간통죄의 경우도 이 행위들에 대해서 국가 공권력인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개인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를 강력한 형벌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국가 또는 사회 존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법익이 침해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위헌판결의 의미는 혼인빙자간음행위나 간통행위가 국가 또는 사회 존립에 더 이상 중대한 위험요소가 아니라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인식의 변화는 개개인의 자율능력이 향상돼 형벌을 통하지 않고 민사상의 책임을 통해서도 규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제정된 김영란법의 골자는 금품 수수행위에 대해 부정 청탁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과태료와 형벌을 가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이 법률은 그 적용 대상에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민간영역의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했으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담당하는 교육과 공정 보도는 중요한 공공업무이다. 따라서 이들이 비록 공무원이 아닐지라도 공공업무를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금품 수수행위가 국가의 중요한 법익인 공공성의 침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확대 적용해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들로서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교직원이 포함된 것에 대해 스승과 제자라는 정서적 밀접한 관계가 단지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건조한 관계로 취급되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금품 향응이 건전한 사회 존립의 폐해로 나타남으로써 법률을 통하지 않고는 통제할 자율능력이 없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교육자들은 지식의 전수뿐만 아니라 현재 나타나는 사회적 폐해를 선도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자율능력이 생길 때까지 대가성의 유무를 불문하고 교육 현장에서 작은 금품일지라도 오가선 안 된다는 사회정화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감사라는 것이 꼭 크고 작은 선물과 향응을 통해서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성스러운 마음만을 주고받는 것으로도 가능하도록 우리의 인식과 문화를 바꿔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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