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은 국회의원

 지난 24일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관계가 없다며 “날조한 근거에 기초해 꾸며 낸 5·24조치는 마땅히 지체 없이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점인 백령도 해역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희생된 장병들의 해군 선배로서 북한이 이러한 궤변을 늘어놓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온 나라가 희생된 해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안보의식을 고취하고자 하는 시기에 이러한 망발을 쏟아냈다는 것이 더욱 괘씸하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날조한 근거’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 측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측 조사가 날조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은 우리 측 10개 전문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 추천 전문위원 3명 등 우리나라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4개국의 전문가 24명까지 포함해 구성됐다.

 이 중 스웨덴은 영구 중립국이며, 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압력은 철저히 배제됐고 모든 조사 결과는 조사에 참여한 모든 조사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국방위원회 담화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날조됐다’고 우겨대는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또한 북한 국방위원회는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한 재조사에 즉시 착수하자”고 말했다. 더 이상 무슨 과학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의 과학기술이 우리는 물론이고 조사에 참여한 미국·호주·영국·스웨덴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인가? 게다가 이미 5년의 시간이 흘러서 조사 대상이 될 만한 물증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희생 장병들의 시신조차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재조사 운운하는 것은 허풍에 불과하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판문점이나 합의되는 임의의 장소에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계된 모든 물증을 가져다 놓으면 진상을 명쾌하게 해명해 주겠다”고도 했는데, 사실상 이미 범인으로 밝혀진 자신들 스스로가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은 코웃음만 나오는 이야기다. 북한은 희생된 장병들의 넋이 이제라도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이러한 억지 주장을 중단하길 바란다.

북한이 끊임없이 비판해 온 5·24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앞으로는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방조치에 불과하다.

이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우리가 원한 것은 억울하게 희생된 장병들을 다시 살려내라는 것도 아니었고, 금전적인 보상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북한에 요구한 것은 오직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걷어차 버리는 북한의 태도에 더 이상의 관용을 베푸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기 전까지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남북관계 개선 운운하며 5·24조치의 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란 있을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관계의 역사에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등의 사건들을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유가족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을 떠올리며 눈물지을 것이다.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정부당국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또한 북한이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원한다면 5·24조치를 이행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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