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인천 주안지점 계약직 직원 서모(31·여)씨가 컴퓨터 조작으로 18여억원을 챙겨 달아난 사건은 은행의 직원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중은행이 예금 지급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가히 충격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 21일 오전 9시38분부터 오후 3시26분까지 자신의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 공범 임모(41)씨의 명의의 3개 타 은행 계좌에 모두 20차례에 걸쳐 18억3천400만원을 기록상으로만 입금시켰다고 한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은행원이 통상적으로 하루에 전결할수 있는 금액은 최대 5천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서씨는 다른 일을 제처두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20차례나 보이지 않는 돈을 입금시키고 있었는데도 어느 한사람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직원들의 관리가 어느 수준인지 대략 이해가 간다. 서씨가 은행 창구업무 14년 경력의 베테랑이어서 남들 모르게 처리할수 있다는 우리은행 관계자의 항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창구업무를 오래했고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간부들이 수시로 은행 부정 입금 방지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했더라면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마음먹고 컴퓨터를 조작해 돈을 빼낼 궁리를 했다면 아무리 감시를 한다고 해도 범죄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계약직 사원인 서씨에게 도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긴 점이나, 개인 단말기로 전결할수 있도록 ID를 부여했다는 것은 분명히 관리부재다. 이번 사건은 시중은행의 예금 지급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공범 임씨가 서씨의 연락을 받고 구리, 일산, 인천 등지의 시중은행 10개 지점을 돌며 1만원권 지폐로 한번에 2천만원에서 2억원씩 인출했는데도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신분 확인 정도는 했어야 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임씨가 타고 온 차번호만 확인했어도 더 이상의 피해는 줄일수 있었다고 본다. 모 은행 관계자의 말대로 은행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단말기를 조작해 충분히 돈을 빼낼수 있다는 얘기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일이다. 각 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정 입금방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직원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예방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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