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완성시키는 절대 조건은 무엇일까? 신선한 재료와 일류 요리사의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맛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인생 최고의 요리는 객관적인 요리의 맛보다는 그 음식과 함께한 추억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의 미역국과 어머니의 김치찌개 맛을 잊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에게 맛있는 밥 한 그릇을 먹이기 위한 어머니의 사랑과 할머니의 정성을 그 음식의 맛과 함께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떤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홀로 먹는 식사에서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박한 반찬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정을 느낄 때, 그 식사는 미각을 초월한 행복한 맛의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듯 요리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작품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보다간 영화를 다 보기도 전에 식당으로 달려갈 만큼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이 상영시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참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칼 캐스퍼는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레스토랑 수석 주방장이다. 요리가 좋아서 자신의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아가고 있다. 비록 2주에 한 번 아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언제나 요리에 밀려 허둥지둥 만나고 허겁지겁 헤어진다. 헤어진 전부인과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경력뿐이다.

이렇게 오직 요리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던 칼 캐스퍼에게 자신의 진가를 더욱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유명 요리 비평가 램지가 그의 음식을 맛보러 온 것이다.

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요리를 내놓았지만, 평가는 혹독했다. “소심하고 뻔한 요리”라는 최악의 평가에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레스토랑에서 난동을 피운다. 결국 해고의 굴욕을 맛본 칼의 추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요리에 대한 악평과 난동 사건이 맞물려 급기야 요리사로서의 경력마저 단절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요리와 인생에 대한 회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그는 ‘맛있는 음식의 즐거움’을 ‘쿠바식 샌드위치’를 먹으며 다시금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일류 레스토랑 셰프가 아닌 트럭을 타고 미국 전역을 떠도는 신세가 됐지만 명성을 위한 화려한 요리도, 레스토랑의 격식에 맞춰야 하는 틀에 박힌 메뉴도 아닌 ‘진짜 맛있는 샌드위치’를 통해 그간 잊고 살았던 요리와 인생의 참맛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과 함께라서 더욱 행복한 남자, 칼 캐스퍼의 인생 2막이 시작된다.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의 기획과 연출을 담당한 존 파브로가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통해 각본, 감독, 주연의 1인 3역으로 2015년 우리를 찾아왔다.

욕심만큼이나 다재다능한 존의 재능은 ‘아메리칸 셰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시청각뿐 아니라 후각마저 자극할 듯한 먹음직스러운 요리의 향연을 영화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행복한 삶에 대한 의미, 가족 간의 상처 치유와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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