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문 변호사
한국 정부가 마침내 AIIB 창립회원국 가입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이 29일까지 열렸었지만 한국 정부는 머뭇거렸다. 이 포럼에서 AIIB의 운영 규칙 제정, 지배구조 투명성 등이 집중 조명됐고 영국과 프랑스·독일이 AIIB 가입을 선언했으며, 호주 정부도 AIIB 가입을 거의 굳힌 것으로 보도된 상태였다.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설립을 공식 제안했고, 1년 후인 2014년 10월 24일 5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이 공식 출범했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등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은행으로 초기 자본금의 대부분을 중국이 투자했기 때문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 국가는 중국·인도·파키스탄·몽골·스리랑카·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ASEAN) 10개국을 포함한 21개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의 경우 사드(THAAD) 문제와 겹치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가 돼 있었다.

지난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에 참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일본과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영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 개발은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미국이 불편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관계의 지속 발전과 한중 관계의 지속 발전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문제였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해 위 은행에 참가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요청해 왔고,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입장이었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가입 결정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이 제안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받았들였더라면 AIIB 지분율을 확대해 2대 주주로서 행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기존 국제금융기구 내의 역할과 지분이 미미했다.

따라서 한국이 AIIB에 가입할 경우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한국 내 위안화의 청산, 결제은행을 설립하는 데 있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21세기는 이념의 세기가 아니라 경제의 세기이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중대한 위치에 도달해 있다.

게다가 영국과 독일 등이 위 투자은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특히 중국의 대북 견제력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영국·독일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 은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양국의 지도자들도 이제 앞으로의 세기는 경제의 세기로 봤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중 사이의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견제와 균형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가 이익에 부합한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 정부 내에서 외교부와 경제부처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북 억제력을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의 개발에 한국 정부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나라 경제에도 부합하며,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하는 일임이 명백하다.

안보 문제이든, 경제 문제이든 한국 정부는 주권국가임을 언제나 인식해야 한다. 사드 문제와는 다른 각도에서 AIIB 가입 결정을 한 한국 정부의 뒤늦은 결정은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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