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완공된 인천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의 첫 번째 전통문화 예술 강의가 4월부터 시작돼요. 전통단소 제작 강좌에 얼마나 많은 수강생이 몰릴지 기대 반 걱정 반이네요.”

부친에 이어 1990년 단소장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김환중(75)단소장의 바람은 하나다.

김 단소장은 “단소 제작을 업으로 삼는 전수조교 등 후계자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버린 지는 꽤 됐다”며 “취미로 배우려는 수강생들이라도 몰려와 무료로 운영되는 이번 강좌의 10명 정원이 다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취미로 단소 연주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있어도 단소 제작 지원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김 단소장은 “일 년에 기껏해야 10개 남짓의 단소가 팔린다”며 “오죽했으면 두 명의 아들에게도 단소 제작을 배우라고 권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국악 관악기 중 하나인 단소의 경우 값싼 중국산 플라스틱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 수제 단소 제품은 시중에 거의 없다.

김 단소장은 “전문 연주자들이 자주 찾는 서울 인사동 공방들에 있는 단소들도 사실 제대로 된 것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음정, 크기, (대나무)색 등을 모두 갖춘 제대로 된 단소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지역마다 음높이가 제각기 다른 단소의 음을 통일시키기 위해 여러 번의 국립국악원 학술회의를 통해 전통 음계인 ‘중(仲)·림(林)·무(無)·황(潢)·태(汰)’의 ‘황’에 으뜸음을 맞췄다. 하지만 시중의 중국산 단소는 음정이 들쑥날쑥하다. 서랍에서 중국산 플라스틱 단소를 꺼내들어 직접 연주해 음정 측정장비로 확인해 줬다. 정말 그랬다.

김 단소장은 “음도 맞지 않는 중국산 단소가 공방이나 문구점 등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국가나 지자체에서 무형문화재 지정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 중인 이유는 사라져 가는 국악 등 전통예술의 명맥을 이어가고 지키기 위함”이라며 규격에도 맞지 않는 악기가 판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나무라듯 말했다.

김환중 단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단소 독주로 주로 연주되는 ‘청성곡’을 들려줬다. 처량하고 슬픈 음색으로만 알았던 단소가 아니다. 만인의 마음을 보듬어 사로잡는 음색이다. 젊은 아낙이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인 줄 알고 잠옷 바람에 15㎞를 따라갔다는 단소 소리의 전설에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부친의 뜻을 계승해 단소 제작에 평생을 바쳐 어느덧 고령으로 접어든 김환중 단소장의 연주. 마치 단소와 함께 한 파란만장한 삶의 희로애락을 전하려는 듯 그 선율에는 후회 없는 장인으로서의 열정과 추억이 짙게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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