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시즌아웃을 앞둔 프로농구 2014-2015시즌 중 가장 감동을 선사한 팀을 찍으라면 ‘인천 전자랜드’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4-2015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전자랜드는 6강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고 점친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과 한 발 더 뛰는 기동력으로 승부를 건 전자랜드는 결국 우려의 눈길을 찬사의 손길로 바꿨다.

시즌 중반 9연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진 전자랜드는 이후 6연승으로 반전에 성공하며 꾸준히 중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6강 싸움이 치열했던 시즌 막판 1승7패를 거두고도 결국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6번 시드로 오른 플레이오프지만 전자랜드는 정규시즌 3위를 거둔 SK를 만나 1차전 3점슛 14개를 쏟아내며 87-72 대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 4쿼터 막판 포웰의 대활약으로 다시 한 번 76-75로 승리했다.

마지막 3차전도 포웰이 4쿼터 12점을 퍼부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후 다시 8점을 쏟아내는 등 원맨쇼로 전자랜드는 91-88, 3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드라마를 썼다. 이는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6위 팀이 3위 팀을 스윕하는 순간이었다.

기세를 이어간 전자랜드는 4강 1차전에서 동부마저 66-62로 무너뜨렸다. 이어 2~3차전을 내준 전자랜드는 다시 4차전을 가져오며 최종 5차전에서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4쿼터 종료 직전 역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전자랜드는 결국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동부에 70-74로 패해 아름다운 도전을 4강으로 마감했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 돌풍에는 10개 구단 중 유일한 외인 주장인 ‘캡틴’ 포웰(32)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규시즌부터 시작된 포웰의 경기 전 ‘슈팅 시뮬레이션’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효과를 봤다.

차바위·정효근·김지완 등 전자랜드의 어린 선수들은 경기 전 두 시간 전부터 나와 포웰과 함께 슈팅 연습을 하는 것이 습관이 돼 플레이오프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펼쳐 보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또 포웰과 전자랜드는 끈끈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유도훈 감독은 작전시간 때나 훈련 때도 포웰을 ‘캡틴’이라 지칭하며 신뢰를 보였고, 포웰 역시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우리 팀은 모두 다 같은 형제다. 내가 그들을 믿고, 그들이 나를 믿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화답할 정도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3년 이상 계약 금지 등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포웰은 이제 전자랜드를 떠나야 할 처지다.

정영삼 정도가 유명 선수였던 전자랜드에서 포웰은 프랜차이즈스타였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스타도 없고 재능도 없는 전자랜드가 열정 하나로 열심히 싸우는 모습은 큰 감동을 선사했고, 이제 전자랜드 팬들은 그 감동을 포웰과 함께 다시 보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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