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현경 전 인천시의회 교육위원

 최근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폐지 선언으로 무상급식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나왔다. 무상급식의 논리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무상급식은 복지인가 아니면 의무교육인가”라는 논리와 복지로 볼 경우 “선택 복지로 할 것인가 아니면 보편 복지로 할 것인가”라는 논리다.

경남지사가 무상급식을 폐지하자는 이유는 돈이 부족하니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선택 복지’를 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든 아이들에게 고루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는 ‘보편 복지’의 시각이다. 또 학교급식도 교육이고, 무상교육의 법적 근거가 헌법에 명시돼 있기에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그럴듯한 주장이다. 코끼리의 모양을 설명할 때 코를 만진 사람의 주장도 옳고, 다리를 만진 사람의 주장도 옳다. 코끼리를 설명할 때 정말 우스운 것은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코끼리임을 망각하고 말이다.

즉, 선택 복지든 보편 복지든 내 주장만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거나, 아이들의 급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본질은 망각한 채 정치이슈화로 정략적 이득만을 얻으려 한다면 전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체 무상급식을 감당할 예산이 없다면 결국 선택 급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반대로 예산이 충분하다면 전체 급식을 못할 이유도 없다. 결국 돈이 문제인 것이다. 한정된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으로 여러 정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나 시·도교육청은 모든 정책의 필요성과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어떤 정책부터 먼저 추진할지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회의 안정을 위해 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다수 사람들의 관심에선 좀 멀지만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우선해야 할지 결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부정부패와 관련된 예산을 배제하는 것이 최우선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국민을 최우선으로 한 중요한 정책 결정 및 추진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행정부이고 선출직 의원들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오는 공직 비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 곳곳엔 부정부패와 비리로 국민의 아까운 혈세가 헛되게 새어 나가거나 공공기관의 돈은 그저 눈먼 돈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관급공사의 문제점을 잘 아는 사람들은 총비용의 절반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공사를 거의 두 배 들여 한다고 말한다. 즉, 관급공사의 경우 비용의 절반이 로비에 들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방위산업 비리, 해외자원개발 비리, 포스코 비리가 말하지 않는가.

실제로 필자가 인천시교육위원으로 재직 시 인천시교육청 예산을 심의할 때 가장 답답하고 속상했던 것은, 교육청은 늘 교육예산이 부족하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당장 급하지 않은 시설공사 예산엔 아낌없이 예산을 편성하는 반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편성엔 인색하거나, 교육 현장의 변화엔 거리가 먼 전시성 사업이나 용역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물 쓰듯이 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예산을 편성하고 추진하려 할 때였다.

이처럼 중앙정부, 교육청, 선출직들이 타당성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들을 없애거나 대폭 줄이고 자신들의 정략적 이득을 위한 부적절한 정책 추진,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와 비리만 바로잡아도 많은 국민에게 보다 많은 복지와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도 자신들의 개인적 또는 정치적 이득을 위한 사업은 추진하고 그것이 부정부패에 연루되더라도 애써 눈감으면서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무상급식 예산은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같다.

다시 불거진 무상급식 논쟁을 지켜보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덮은 채 정략적 의도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이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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