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2015년 현재 인천은 ‘가치 재창조’를 기치(旗幟)로 새로운 인천을 지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천이 지닌 가치를 재발견해 인천을 널리 알리고 다시금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인천만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난 세월 속에 인천이 겪었던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50년 전인 지난 1965년, 당시 인천은 광복 이후 경제적 혼란과 재건기를 거치게 되면서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에 힘입어 항만임해공업도시로 발돋움하게 됐다. 외지에서 수많은 인력이 인천으로 유입되던 시기였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인천지역 공동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했다.

제12대 윤갑로(尹甲老)인천시장은 먼저 향토애를 고취하고 온 시민이 다같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유서 깊은 날을 택일해 ‘시민의 날’을 제정했다.

1965년 6월 1일을 ‘제1회 시민의 날’로 정해 자유공원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렀다. 이러한 행사를 위해 그 전인 3월 1일 ‘시민행진곡’이 제정되고, 4월 16일에는 시 ‘휘장(徽章)’을 선정했으며, 5월 14일 ‘시민 헌장’도 마련했다. 그리고 6월 시사편찬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실 인천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려는 노력은 이미 1956년부터 시도됐다. 6·7대 김정렬(金正烈)인천시장은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인천개항25년사」(1908)나 「인천부사」(1933)가 일제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고 강제적 개항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됐음을 인식하고 향토사 편찬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따라서 시사의 자료 수집과 향토사 연구를 위해 고일(高逸), 김인규(金仁圭), 이종우(李鍾禹) 등 집필위원을 위촉했지만, 중도에 한학자 이종우가 타계하는 등 불행이 겹쳐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말았다.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된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인 1965년 6월 1일 제1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석상에서 제12대 윤갑노 시장이 고일, 최정삼(崔定三), 한상억(韓相億) 등 3인에게 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 위촉장을 수여하면서였다. 그러나 광복 후 인천 최초로 향토역사를 정리·편찬한 시사(市史)가 발간된 것은 1973년이었고, 시사편찬조례는 1975년 12월 12일 조례936호로 마련됐다.

인천은 1883년 개항되면서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전개됐던 수많은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타 지역보다 수난과 질곡의 선험적 공간이 됐다.

광복 후는 6·25전쟁과 인천상륙작전으로 도시가 초토화되는 재난을 겪었지만, 그간 산업화와 경제개발 5개년계획 등으로 가장 분주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는 일본인 도시로 성장해 온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어떻게 청산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시사편찬’ 작업은 1973년 이래 10년마다 증보되면서 1983년, 1993년, 2002년, 2013년까지 5차례의 발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리고 인천 지명 탄생 600년이 되던 2013년을 전환점으로 해 매년 1~2권씩 테마별 시사편찬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각 군·구에서도 군·구사가 기획돼 강화군을 비롯해 계양구·부평구·중구·남동구·옹진군과 서구 및 연수구사가 편찬되면서 광역시사가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향토사의 세세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사서(史書)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기록의 현재적 의미는 우리의 근본을 밝히는 근거가 되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면서 동시에 후손들에게 남겨 줘야 하는 역사문화자산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조차 1883년 인천 개항 후 인천을 그들의 식민도시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50년사를 각 시기마다 남기고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 선조들의 생활상은 남겨진 자료를 통해 짐작할 뿐이니, 「삼국사기」나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 시대상을 복원할 수 있게 해 주는 소중한 바탕이 되고 있다.

같은 의미에서 50년 전부터 꾸준히 인천 지역사를 정리하고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현재 인천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창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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