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해반문화사랑회 등이 담당했던 인천시문화예술중장기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월미관광특구 지정, 아트플랫폼 건립 등 하드웨어적 문화기반이 지역에 하나씩 갖춰지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름 뿌듯하죠.”

부부인 이흥우(61·사진)㈔해반문화 명예이사장과 최정숙 이사장이 인천지역 문화예술계 설계자로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이 많다. 민간단체 최초로 시문화예술중장기발전계획 수립, 지역 최초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 등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해반문화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쇠퇴한 산업도시로 전락한 스페인 빌바오시를 문화도시로 변화시킨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이끈 이본 아레소 빌바오시장을 닮았다. 기존 도심 파괴가 아닌, 재생을 통한 문화예술도시 건립을 강조한 점과 순수 문화예술 활동에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한 점 모두 같다.

이흥우 명예이사장은 “아직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숙제 등이 남아 있지만 문화 불모지에서 이젠 어느 정도 기반이 구축된 만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갖춰 진정한 문화예술도시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원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문화활동으로서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근대문화유산 등 문화재 지킴이 운동이다. 해반청소년 문화재 지킴이단 활동 등 다양한 지역 근대문화유산 보존운동이 알려지며 2013년 대한민국 문화유산상(대통령상) 단체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91년 화랑인 해반갤러리 개원과 함께 1993년 문화운동 단체인 해반문화사랑회를 시민들과 함께 꾸려 인천의 문화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당시 지역에서 문화공간이나 활동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없었다”며 “지역문화 현안 토론을 위해 1995년부터 시작한 해반문화포럼이 벌써 60회를 맞이할 정도로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문화에 대한 사랑이 향학열로 이어져 미학 철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그가 판단한 인천의 문화 현실은 어떤 것일까?

그는 최근의 문화계 흐름을 ‘문화의 홍수 시대’로 정의했다. 그만큼 예전보다 다양한 문화공간과 활동이 많아졌다는 좋은 의미와 함께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는 문화계 현실상 지원 혜택을 받아야 하는 기관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했다.

‘지역·문화·인간 사랑’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 문화운동을 계속하겠다는 그가 남긴 한마디는 이것이다.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문화, 장소적으로는 원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과제가 인천 문화계의 숙제죠.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개방성, 다양성, 포용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나와 아내는 인생의 모든 것을 문화에 걸고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말할 정도로 치과의사인 본업보다 예술인 못지않은 문화사랑 운동을 25년 동안 펼쳐온 그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이흥우 명예이사장은 “문화를 사랑하는 청소년 등 문화 저변 확대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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