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행숙 한국미래정책연구원장

 20세기 급격한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건강관리와 교육수준 향상은 아동사망률과 출산율을 빠르게 감소시켰고, 이런 현상은 수명 연장과 함께 노인인구 비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의 60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14년 약 12%이지만 2050년이 되면 21%로, 그때가 되면 15세 이하 아동의 숫자나 60세 이상의 노인 숫자가 거의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도 발표된 상황으로 볼 때 공적 연금제도 확대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의 노인복지에 대한 세계의 순위표를 보면 대한민국은 50위로 가까운 일본(9위)이나 태국(36위)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특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연금소득보장률이나 노인빈곤율에 관련된 소득보장지표가 낮아 순위가 더 하위에 머무른다고 보여진다.

짧은 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만큼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한다면 노인의 빈곤 문제는 분명 국가 차원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노인 빈곤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때마다 어르신들이 근현대사의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치열하게 살아오신 덕에 오늘날 우리가 있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인 빈곤 문제는 심화되고 있어 이제는 노인 빈곤 해결책을 단지 공적연금 강화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증세에 대한 재정 부담도 문제지만 과거 당연시 되던 부모 부양에 대한 가족의 순기능이 국가의 개입이 커질수록 약화되고, 노후 보장에 대한 국민의 준비 태도 역시 국가 지원에 의지해 해이해질 수 있어 노인 빈곤 문제는 정부와 가족의 협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가까운 이웃 싱가폴의 경우 ‘부모 부양법’을 제정해 자녀들이 법적으로 부모의 생활비를 고정적으로 지급하게 하고 있다.

물론 부모를 모시는 일을 제도적인 장치로 강제성을 띠게 한다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으나, 최소한 자녀가 부모를 잘 모시고자 하는 기본적인 자세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효’를 중시했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어렵게 살았지만 지금처럼 노인 빈곤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반포보은(反哺報恩), 까마귀도 자라면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이란 고사성어를 우리네 전통사회에서는 실천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을 실천할 수 있는 ‘효’에 대한 교육과 부모를 공양하는 생활 습관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정부의 노인 빈곤 지원책과 병행돼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노인자살률도 빈곤율 못지않게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얻은 ‘건강’이라는 생명 연장의 선물이 오늘날과 같은 핵가족 시대와 저출산 시대의 배경에서는 일부 역기능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부모부양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고, 자녀와의 왕래 빈도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녀와의 동거비율이나 접촉 빈도가 낮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의 기반은 가족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지역 커뮤니티는 노인들의 외로움과 자존감 회복을 위해 기존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재조명해야 한다.

노인들이 살아온 삶의 패턴에 따라 다양한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고, 맞춤형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노인 여가를 위한 기반시설 역시 등급화해서 참여율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참여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노인들의 삶의 지혜를 후손들이 배우면서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만남의 장도 지역 내 확대돼야 한다.

세상에 처음부터 노인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의 노인 문제는 내일의 나의 문제임을 가슴에 새기며 세대가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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