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권홍 원광대 로스쿨 교수

 ‘부채 7조’라는 구호로 시장으로 당선된 송영길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인천시의 재정위기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려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인천시의 부채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천시 부채는 단기 유동성의 문제이니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부도나는 것은 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금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1990년대 말 우리나라가 IMF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던 것도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유동성인 달러가 부족해서였다. 항상 유동성이 문제인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이른바 ‘파산’이다.

시와 도시공사는 재정상 중병에 걸린 환자이기 때문에 진단 결과에 따라 생과 사에 대한 판단이 따르게 되는데, 병실이 아닌 영안실로 들어가도록 하는 처분이 바로 파산이다. 그런데 파산하라는 주장이 있기까지의 과정과 파산의 진의는 잘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1차적 책임의 주체인 인천시와 시의회 그리고 도시공사는 재정위기의 현황, 극복 방안, 이로 인해 시민들이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해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해야 했다.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원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정위기는 재정지출의 감소만이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에 인천시민들이 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직업공무원제로 보호되고 시장과 시의원들은 정치적인 책임만 지면 되지만, 시민들은 세금을 더 내게 되고 지금까지 받아오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또한 버스, 전철, 수도 등 공공요금의 인상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천시와 도시공사는 비공개라는 보수적인 대응보다 공개와 설득이라는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 공개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느니, 기업의 비밀이라느니 등등 형식적으로 옳을 수 있으나 설득력은 없는 주장들을 해 오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세금으로 투자한 사업을 시민들은 몰라도 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한편, 자기 역할을 다해 줘야 할 시의원들은 시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인천시와 소속 정당의 대변자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려면 차라리 시민단체들에게 의회의 역할을 위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정부와 시의회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소통의 의미나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소통이 잘 되지 않다 보니 파산해야 한다는 주장의 본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파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내용은 항상 도시공사의 회생이었다. 도시공사를 법원의 회생절차에 맡기면 법원이 채권자들을 종용하고 이자 등 지출을 조정해서 도시공사를 건강하게 다시 시민의 품에 돌려줄 것이다. 일부, 마치 도시공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큰일이 날 것처럼 주장하는 위기론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도시공사 하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해서 휘청거릴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기아자동차 등 더 큰 재벌들도 회생절차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복잡할수록 정도와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지금 도시공사의 상황에서는 ‘회생’이 정도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약간 개선된다고 해서, 또는 시장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서 이를 믿고 재정위기 극복 방안으로 새로운 개발계획을 수립하려는 유혹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투자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부동산 개발은 수년 후에 수익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그 수년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 냉정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인천시와 도시공사가 재정상황에 대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면 시민단체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인천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시장이나 공무원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비판받기 싫어하고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소신을 밝히지 않는다면 인천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시장도 소신껏 업무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는 말을 들었다. 인천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인천의 미래를 위해 소신 있고 소통하는 시정부가 됐으면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