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비하면 장애인 복지가 엄청 향상된 것 아닌가요. 뭐가 문제죠. 도대체 이해할 수 없군요.”
중증장애인으로 1962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에드 로버츠(Ed Roberts)가 장애인운동을 펼치면서 가장 숱하게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지금은 장애운동의 아버지라 불리지만, 당시 대학 입학을 허락해 준 것만도 고마워야 할 상황에 장애인 차별에 맞서 이동권을 주장하며 주행 중인 버스를 가로막자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이런 식의 말을 시각장애인인 인천시무형문화재인 조경곤(48)씨가 최근 숱하게 듣고 있다. 그가 올해 초부터 인천문화계의 장애인 차별에 맞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길 안내 점자블록이 없어 매번 고생하고 있어요. 점자블록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에 ‘210억 원을 들여 전수관을 지어 각 무형문화재에게 사무실까지 나눠 준 마당에 무슨 불만이 많냐’는 투의 대답이 돌아올 때 정말 답답합니다.”

숱한 난관을 뚫고 2013년 인천시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그는 “장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로 눈을 돌린 것이 전반기 인생이라면 앞으로는 문화계에 있는 장애인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몰두할 예정”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공연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비장애인들과 겨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이지만, 장애인들과 함께 공연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사실 많다고 일반인들은 생각하죠. 이렇게 불편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장애인들을 좀처럼 불러주지 않아요.”
그가 지난해 정식 공연 무대에 오른 것은 두 번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만큼 문화계에 있는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장애인 의무할당제 등 법제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애인을 배려해 달라는 지적이다.

문화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도 요구했다.

“공연 공모 공문을 달랑 시 홈페이지만 올려놓고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확인하라는 건가요. 점자 표시가 없는 전기요금 고지서 등도 마찬가지예요.”

시각장애인으로서 겪는 불편사항을 고쳐 달라는 요청에 ‘예산이 없다’ 등의 냉담한 반응뿐이라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아내 최정란 씨를 찾는다. 하지만 망설이고 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돌아가신 어머니뿐만 아니라 현재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 수발과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아내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공연활동보다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운동에 나서고 싶다는 조경곤 인천시무형문화재. 그는 어렵게 입주한 인천무형문화재전수관 사무실에서 나가고 싶다는 심정까지 내비쳤다.

“지금껏 북치는 고수로서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지만, 이젠 문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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