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인천은 언필칭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이 있는 고장으로 타 도시에 비해 박물관 수도 많다. 작년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4 전국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인천은 등록박물관 23개 관(201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국 6대 광역시 중 박물관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근대건축전시관, 강화전쟁박물관 등 공공적 성격의 박물관과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2007년 10개 관에 불과하던 인천지역 등록박물관이 6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 시기 공립박물관은 6개 관에서 11개 관으로 2배 가까이, 사립박물관은 4개 관에서 11개 관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인천시가 추진해 온 박물관 증설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천이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고 박물관이 가장 많은 광역시가 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문체부 발간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등록박물관에 근무하는 학예사는 26명으로 광주시 39명, 부산시 33명에 비해 적다.

최근에 개관한 인천어린이과학관에서 일하는 학예사 7명을 제외하면 그 수는 더욱 적어진다. 더구나 학예사를 한 명도 두지 않은 채 박물관을 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천지역 박물관당 학예사 수는 1.13명으로 울산이나 대구에 비해서는 많지만 광주시 3.9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부산시 1.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박물관의 연구성과에 해당하는 기획전 개최 횟수도 다른 광역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박물관 수와 함께 양적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박물관 관람객 수가 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박물관 관람객 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관람객 증가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박물관 수가 1.6배 많은 프랑스 박물관의 한 해 입장객 수는 우리나라보다 적다. 결국 우리나라 박물관은 적은 시설에 많은 관람객이 입장한다는 말이다.

관람객 증가와 이에 따른 입장료 수입도 중요하지만,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입장해 초래되는 관람환경 악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박물관 정책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학예사들의 행보는 인천과 박물관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학예사들은 격주마다 연구보고회를 갖고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자신이 연구한 내용에 대한 발표와 토론으로 인천과 박물관 소장자료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가고 있다.

이런 연구 분위기에 힘입어 작년 12월에는 ‘인천근현대주거문화 관영주택과 사택’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인천지역에 산재한 근대기 공공기관이 세운 주택에 대한 내용과 보존 상태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한옥형 영단주택으로 알려진 산곡동주택이 경인기업주택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다.

박물관 정책이 외형 키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거둔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학예사들의 노력은 인천지역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한 것이다.

박물관이 시민과 만날 수 있는 전시와 평생교육은 박물관 자료의 조사연구의 성과로서 존재할 때 가치가 나타난다.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 자치단체는 박물관 건립 업무를 담당할 학예사부터 채용해야 한다.
박물관 고유 활동인 연구기능이 없는 박물관은 박물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박물관 수준은 박물관이 갖고 있는 소장자료와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박물관을 단순한 볼거리로 여기고 학예사 한 명 없이 관광객 유치를 지상 과제처럼 생각하는 기초자치단체의 박물관 정책은 즉각 개선돼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