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목 인천시민행복정책 자문위원

 가창오리의 군무를 본 적이 있는가?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질 무렵 수십만 마리가 떼를 지어 같은 방향으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날아가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창오리 한 마리는 그저 평범한 새에 불과하나 셀 수 없이 많은 개체가 함께 모이니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가 돼 움직이는 전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가장 크기도 하거니와 가장 높이 나는 새 알바트로스의 비상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높은 곳에 대한 열망과 나는 것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상을 꿈꾼다. 청소년 시절 학교에 다닐 때 매년 한 해가 가면 자연스럽게 한 학년이 올라가지만 빨리 졸업하고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군에 입대해서는 짧은 훈련병 시기가 길게 느껴졌고, 언제 병장을 달고 제대를 할 것인가 매일매일 손꼽아 보지 않았던가? 회사에 입사해서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근무평가 결과를 기다리며 동기보다도 먼저 진급하느냐 아니면 늦어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어느 정도 지위가 높아지면 이제는 스스로의 능력에 의한 비상보다는 튼튼한 동아줄을 잡느냐 썩은 동아줄을 잡느냐는 이른바 정치가 개입된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들보다 이왕이면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체육인들은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를 위해 쉼 없이 연습하고, 기업인들은 레드오션에서 경쟁하며 블루오션을 꿈꾸며 생존을 넘어 거대 기업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저마다의 노력으로 이렇듯 경쟁하고 노력하며 비상을 준비하고 또 노력한다.

우리가 비상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나가야 하고, 동료나 주변보다 먼저 승진해야 하고, 다른 기업보다 더 크게 성공해야 하는 동인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강한 승부욕일까? 세상에 아름다운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고상한 욕심일까? 거창하게 빅토 프랭클의 의미 있는 삶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우리나라 최초의 맹인 박사이며 미 백악관 최고위직에 있었던 강영우 박사의 원동력 이론, 즉 인류와 국가에 대한 공헌 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고 그 이유처럼 실천하고 있다면 그의 비상이야말로 아름다운 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처럼 성공한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나가는 기업과 국민들의 삶의 형편과는 거리가 있고, 기업의 이익이 사상 최대가 됐을 때 오히려 국민들은 빈부의 격차로 인해 힘들어했음을 알게 됐다.

그래도 모두가 어느 정도 살 만큼 사회안정망을 마련해야 하는 이른바 바야흐로 복지의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비상과 성공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저돌적인 돌진이 아니라 모든 이들과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아름다운 비상보다는 비참한 추락을 목도하게 된다. 외삼촌에게서 교통비로 받은 140원을 들고 상경해 온갖 안 해 본 일 없이 고생 고생해 노력한 끝에 한때 2조 원대 회사의 경영자 지위에 오르고 장학재단을 통해 많은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줬던 성완종 회장의 모습이 그렇고,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역임하고 다시 총리에 지명돼 우여곡절 청문회를 통과했던 이완구 국무총리의 현재 모습이 그렇다.

사실에 근거하든, 근거하지 않든 추락은 현실이다. 그토록 쌓고 싶었던 명성의 추락, 무엇보다도 이루고 싶었던 부의 몰락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을까?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봄가물에 시달리던 때에 이슬비처럼 날리는 봄비도 반갑기만 하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는 어두운 땅 밑에서 겨우내 기다려 온 생명체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꽃잎은 떨어지고 계절은 점점 여름으로 내몰린다. 벚꽃이 만발한 거리를 걸으며 떨어지는 꽃눈을 바라본다.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추락을 의미하는 것일까? 봄비는 떨어져 대지를 적시고 낙엽은 떨어져 땅을 튼튼히 한다.

꽃은 떨어져 열매가 맺힐 자리를 잡아주고 열매는 떨어져 다음 세대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떨어짐에서 자연의 모습은 아름다운 선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 모두 비상을 꿈꾼다. 언제까지나 높은 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언젠가는 떨어지겠지만 그렇다고 추한 추락은 하지 말자.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비상과 고상한 추락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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