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59)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늘 어깨가 무겁다.

8조 원이 넘는 부채와 부동산 훈풍 당시 문어발식 확장으로 늘려놨던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뒤처리를 모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김 사장을 두고 ‘사고수습반장’, ‘구조조정 대리인’ 등의 썩 내키지 않는 꼬리표를 달곤 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그와 마주앉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그를 둘러싼 세간의 오해가 단숨에 사그라진다고 평가한다.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사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부채의 늪, 도시공사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나.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무거운 주제부터 꺼내들었다. 부채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시공사 부채는 8조 원 대를 넘어섰다. 숫자로만 말하기엔 그 크기도 가늠할 수 없는 수치다.

김 사장은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부채 얘기에 “풀 수 있는 문제고,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응수했다.

“취임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젭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얼마 되지 않아 해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풀 수 있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김 사장은 부채 해결을 위해 현재 “분위기가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사 부채가 8조1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올해 계획상 4천700억 원이 줄어듭니다. 내년에는 5천100억 원이 줄고, 2년 뒤에는 7천900억 원이 더 줄어들죠. 이렇게 3년 임기 동안 1조7천억 원을 줄일 예정인데, 아직까지는 순탄합니다. 예정대로만 된다면 2017년 말까지 6조 원대로 내려가서 위기 상황은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중동의 봄 검단 퓨처시티 개발 ‘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
최근 인천에 불어 온 부동산 호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중동 순방길에서 들려온 4조 원대 규모의 검단 퓨처시티 개발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논의 후 2주 후에 인천을 방문해 투자협약을 체결하겠다던 중동 두바이투자청의 소식은 깜깜했다. 당시 유 시장의 순방에는 김 사장도 함께했다.

그렇기에 김 사장의 견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예’, ‘아니오’라는 단정적인 표현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투자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동시에 신중론을 제시했다.
“중동 자본 투자는 성급히 판단할 게 아닙니다. 우리가 급하다고 당장 밀어붙일 사업도 아니고요. 도시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이 필요하고, 어떻게 개발할지도 관건입니다. 시간을 촉박하게 바라봐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현재 그가 무게를 두는 쪽은 중동 자본과 협력에 의한 퓨처시티 개발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추진하는 검단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른바 퓨처시티와 검단신도시 자체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Two-track)방식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서울과의 인접성 등 두바이 중동 자본 투입 여부와 상관없이 부동산 훈풍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검단신도시는 중동 자본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기대 가치가 높은 편입니다. LH와 함께 1단계 지역에 대해 기반 조성 공사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을 기점으로 아파트 분양 계획도 짜여지고 있습니다.”
검단신도시는 현재까지 인천도시공사 2조2천억 원과 LH 2조2천억 원 등 4조4천억 원이 투입됐다. 언제까지 두바이 자본만 기다릴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1단계 공사가 착공되면 아파트 분양으로 자금력 회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인천도시공사 위기론, 극복 가능한가?
김 사장은 도시공사의 위기론에 상당한 걱정을 했다고 한다.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부동산 훈풍이 얼마나 불어올지도 기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결국 부동산 중심의 현물을 매각하는 문제를 두고 얼마 만큼 효율적이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파느냐가 김 사장이 해결할 과제 중 하나였다.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땅을 어떻게 매각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해법은 토지 이용이나 개발계획을 변경해 땅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땅을 살 임자들이 사업하기에 좋은 땅을 만들어줘야 팔릴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인천시나 정부에서 나서줘야 합니다. 영종도가 가장 가치가 높은데, 공항과 섬의 특성을 살려 복합레저가 가미된 위락시설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영종을 미국 비버리 힐스 같은 명품 단지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 도시공사, 흑자전화 이룬 것 맞나
도시공사가 최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보고 현금 유동성에도 여유가 생겼다는 자체 평가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위기론을 넘기기 위해 무리한 평가분석을 낸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흑자전환도 맞고, 현금 유동성도 나아졌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천억 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를 봤습니다. 앞서 3년간 손실만 봐서 기대치가 높아졌죠. 흑자 이유는 자산매각이었는데, 매각을 하면서 손실을 안보고 넘긴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천300억 원이나 기록했습니다. 또 금융비용과 이자 등을 처리하고 당기순이익만 240억 원을 올렸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름 소기의 성과를 올린 기분 좋은 결과였습니다.”
여기에 공사채 차환발행도 공사의 흑자 전환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전체적으로 금리가 낮아졌습니다. 금융시장 여건이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었죠. 공사채 차환발행이 상당히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과거 4.5%선에서 이뤄지던 것이 올해 2.5% 수준으로 모두 낮아졌고, 평균 2%대의 리파이낸싱이 성사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3조 원의 공사채를 모두 갚으면 약 600억 원 상당의 이자를 아끼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 구조조정 꼬리표 잘라내나, ‘내 임기 안에 아무도 안 잘린다’
취임과 함께 김 사장을 가장 크게 괴롭히는 일이 인력 구조조정이다.

공사 안팎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인력 구조조정은 회사의 상황에 맞게 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도시공사는 사업규모가 5조 원인데, 인건비가 200억 원뿐입니다. 직원 20%를 줄이면 50억 원이 줄어드는데, 영향력이 상당히 적습니다. 결국 경영을 개선하는데 인력 구조조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력 구조조정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로 김 사장은 공기업인 도시공사의 성격을 근거로 들었다.

“공기업 인력을 함부로 자를 수 없습니다. 법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데만 1년이 걸립니다. 결국 1년간 일을 못한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50억 원 아끼려다 5천억 원을 버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사람 자르는 효과는 단 1주일짜리입니다. 득보다 실이 더 많습니다.”
김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대신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택했다.

“단순히 사람을 자르는 일보다 분석적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단위 사업 안에서 자금 순환 문제가 안생기고 이익을 높이는 전략만이 살길입니다. 단위사업별 구조조정이 길이라고 봅니다.”
대담=한동식 정치부장 dshan@kihoilbo.co.kr
정리=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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