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 을유문화사 / 391쪽 / 1만5천 원.

건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인문학적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최근 펴낸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를 단순히 공간이나 건축물을 모아 놓은 곳이라 보지 않고, 인간의 삶이 반영됨에 따라 욕망도 함께 드러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저자는 도시 속에 담겨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짚어낸다. 또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 인간은 더 행복해지는지, 피폐해지는지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강북 골목부터 강남 아파트까지, 잠수교부터 센트럴파크까지 도시 공간에서 찾아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쉴 틈 없이 펼쳐지는 점이 흥미롭다.

한 예로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은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까?’란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일단 강남 테헤란로를 보자.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 건물들만 보인다. 그곳이 직장이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다. 구경할 것도 살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명동이나 홍대 거리를 보자. 일단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구경거리가 많다.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곳들도 많고 극장이나 공연장도 있다. 이벤트 요소가 다양한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볼 것도 많고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뉴욕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으로 지루하게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블록도 크게 구획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 요소가 적다. 걸어다니며 관광하기에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 85쪽에 나온 재미있는 제안도 소개해 본다.

“우리나라의 학교 운동장은 그저 새벽에 조기 축구나 할 뿐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못하다. 학교 운동장은 고밀도 도심 속에 여유를 주는 좋은 자원인데도 말이다. 유럽의 광장 주변에는 예외 없이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학교 운동장 주변으로 그런 상점들이 들어선다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면서 학교 중심의 공동체 형성과 학교의 보안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면서 우아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도시, 행복한 도시 경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저자는 도시계획 내지 건축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주옥같다.

“오래된 도시와 현대 도시는 건축물을 짓는 자세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응하는 자세로 지은 옛 건축물과 달리 현대의 건축물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은 것들이다. 도시가 잃어가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생각의길 / 292쪽 / 1만5천 원.

데뷔작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최신작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유시민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출간과 동시에 주간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에는 원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저자의 비법이 가득하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법부터 못난 글을 알아보는 법, 주제를 제대로 논증하는 법, 우리 글을 바로 쓰는 법, 어휘력을 높이는 법,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과 전략적 도서 목록 등 기술적·실용적 정보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30년 동안 쌓아 온 글쓰기 비법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이 책은 시나 소설이 아닌,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 한 권이 머릿속에 통째로 복사되는) 7번 읽기 공부법

   
 

야마구치 마유 / 위즈덤하우스 / 228쪽 / 1만1천800원.

“좋은 머리보다 공부 전략이 우선이다. 누구나 읽기만으로도 ‘공부의 신’이 될 수 있다.”
「7번 읽기 공부법」은 일본 도쿄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야마구치 마유가 전하는 특급 공부법이다.

저자는 학원이나 과외 대신 오로지 독학으로만 원하는 시험에 모조리 합격했는데, 그 비결은 ‘7번 읽기 공부법’에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7번 읽기 공부법’에 아주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7번 읽기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한 종류의 문장을 반복해서 훑어보고 확인을 거듭하며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공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올바르고 효율적인 읽기 방법을 익히는 것은 필수다”라며 “읽기는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의 과정이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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