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Coinlocker Girl)
110분 / 범죄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비정하고 냉혹한 이야기를 그린 ‘차이나타운’이라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인생은 삶을 버티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준희 감독이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국내 최초로 여배우 2명이 주인공인 누아르(noir, 범죄영화)를 선택해 메가폰을 잡은 이유이다.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암흑 세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다. 배우 김혜수가 차이나타운의 대모로, 영화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이 대모의 손에서 길러지는 버려진 아이 일영으로 분한다.

지하철 보관함(코인로커)에서 일영이 태어난다. 거지들에게 발견된 일영은 그가 발견된 지하철 보관함 번호 10번에서 따왔다. 거지들 속에서 앵벌이를 하던 일영은 어느 날 악덕 경찰에 잡혀가 악명 높기로 유명한 차이나타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인 엄마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엄마라 불리는 여자는 일영처럼 버려진 아이들 중 쓸모 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식구로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 세계에서 일영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는 마치 영화 ‘대부’를 떠올리게 한다. 오직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일영이 돈을 갚지 못하는 남자 입에 음료수 병을 물리고 재떨이로 후려치는 모습도 나온다.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가 끔찍하다는 관객이라면 보기 힘든 장면이 여럿 나온다.

온갖 불법적인 일을 도맡아 하던 일영에게도 한순간 변화가 찾아온다. 엄마에게 돈을 빌리고 달아난 한 남자를 찾아갔다가 그 아들인 ‘석현’을 만나고부터다. 집이 망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인 석현(박보검 분)이 베푼 친절함에 일영은 자신이 여자임을 처음 느끼며 새로운 세상에 눈뜬다.

그런 일영의 변화를 눈치챈 엄마는 일영에게 석현을 죽여 장기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증명해 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

여기부터 영화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어둡고 처절한 범죄영화에서 흡사 가족영화로 조금씩 변해 간다. 오랜 세월 애증이 교차했던 둘의 관계는 반전 속에서 가족애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석현을 향한 일영의 사랑에 대해 엄마는 이렇게 묻는다. “그 애 어디가 좋았는데?” 일영의 대답은 간단하다. “친절해서.”

후반부 일영과 엄마와의 통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줄거리는 이렇듯 좀 단순하다. 하지만 강렬한 악역을 맡은 두 여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은 좋다. 백발에 기미 가득한 얼굴로 변신한 배우 김혜수와 신인배우 엄태구의 연기가 돋보인다. 제54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을 받는 등 반응이 좋다.

이 영화에 대한 한마디 평은 이렇다. “잔인한 범죄영화치곤 묘한 따스함이 있는 영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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