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림 인천대 영어교육과 강사

 세계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졌다고 경제학자들은 진단한다. 미국이 이제 조금 기지개를 켜고 있을 뿐 EU, 일본, 중국, 우리나라 모두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

흔히 경제성장의 지표로서 국내총생산(GDP)이란 수치가 80여 년간 전세계적으로 사용돼 왔다. GDP의 구성요소는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과 순수출의 합계로 이뤄진다.

중국의 경우 과거 30여 년 동안 10% 이상의 성장을 시현해 6억8천만 이상의 인구를 가난에서 해방시켰다. 이들 성장의 견인차는 저평가된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수출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이 한계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연 7%의 성장을 유지시키기 위해 민간소비 중심의 내수를 진작시키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성장은 부의 창출과 축적을 통해 가난으로 파생되는 질병, 깨끗한 물, 건강, 교육, 고용 등 많은 지구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의 지구환경 파괴와 부의 편재로 인한 국가 간 국제수지 불균형, 개인 간의 소득불평등 심화는 자본주의체제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높은 경제성장과 삶의 질·만족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상관관계가 가난한 나라와 지역일수록 높게 나오지만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만 달러에서 3만5천 달러에 달하는 경우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 이상인 경우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그 사례로 미국에서는 1974~2004년 1인당 소득이 2배로 증가했으나 국민들의 평균 행복수준은 상승하지 못했다는 역설적인 연구조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GDP 산정의 또 다른 문제는 핵심 영역인 정부지출의 경우 그 지출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GDP는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질적 성장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못된 측정은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적 성과와 사회 발전을 측정하는 위원회가 프랑스 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추진됐고 2008년 이후 저명한 사회과학자들이 주관적인 복지를 GDP와 같은 전통적인 측정의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영국 정부도 주관적인 복지정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으로 미국의 민간기관인 사회발전규범(Social Progress Imperative)에서는 2013년부터 다양한 측정 방법으로 사회발전지수(Social Progres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의 기본 틀은 영양, 기본의료보호, 물과 위생, 거주, 개인 안전으로 대표되는 기본적 인간의 욕구와 기본지식 접근성, 정보와 소통 접근성, 지속적인 환경시스템을 포함하는 근원적 복지 그리고 개인권리, 개인의 자유와 선택, 관용과 포용, 고급 교육의 접근성을 아우르는 기회의 3가지 카테고리와 52개의 세부 지표로 구성된다.

사회발전지수는 사회복지를 경제적 요인보다는 사회와 환경의 결과물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측정한다. 133개 조사 대상 국가 중 2013년에서 2015년 3개년의 순위 1~3위는 스웨덴, 뉴질랜드, 노르웨이가 각기 차지했고 주요국 중 한국(11위, 28위, 29위), 미국(6위, 16위, 16위), 일본(8위, 14위, 15위), 중국(32위, 90위, 92위)의 경우 그 순위는 1인당 GDP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빵이 있어야 살 수 있지만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성서의 가르침은 경제성장 수단에만 의존한 인간발전모델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기본적인 인간욕구의 충족, 삶의 질의 개선, 환경보호와 개인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사회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사회발전지수가 경고하는 메시지이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가 간과했던 삶의 질과 만족이 함께 따라야 하며, 그러할 때 우리 사회도 행복한 공동체로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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