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구 청운대 교수

 박용성 (전)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중앙대학교 학사구조개편에 반대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에게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는 중동 IS같은 섬뜩한 이메일을 보냈다가 자신이 사회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는 수모를 당했다. 남의 목을 치겠다고 너무 칼을 세게 휘두르다 자신의 목을 친 셈이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가 중앙대학교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을 했든 아니든 한 개인의 품성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어느 정당 대변인은 박 이사장에게 “크게 배우는(大學)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바로 잡아주는(矯正) 공간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논평을 남겼다.

자신의 뜻대로 대학 구성원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막말로 협박을 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일이 옳다 하드라도 그 본질에서 길을 잃기 쉽다.

그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에는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보직교수) 여러분은 아직도 그들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라는 내용도 있다. 그가 중앙대학교 교수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의 심중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대학 직원을 시켜 “환영 3류대(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학생회 대표단, 3류인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되련다”라는 현수막을 중앙대 총학생회 이름으로 내걸도록 하고, 해당문구에 장례식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라고 지시 했다고 한다. 이메일 앞부분에는 “학교에서 안하면 내가 용역회사 시켜 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그의 정신세계는 조푝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는 한때 정부정책이나 빗나간 사회현상 등에 대해 시의적절한 직선적 비판을 날려 ‘미스터 쓴 소리’라는 별명도 들었지만 이번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의 말투에서 교육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이렇게 격한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개인적 성향 이외에 202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수가 39만 명(올해 63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드는데도 일부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사장으로서 대학을 개혁하여 비인기학과, 취업이 잘 안되는 학과를 폐과하고 대학 평가지수를 높여 좋은 대학으로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과를 통폐합해 높은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값싸고 손쉬운 대처방안일 것이다. 교육이념과 내용은 제쳐두고 단지 학사구조와 제도를 개편한다고 해서 훌륭한 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사구조만 바꿔서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단순히 타인에게 전수해 주었다고(transfer)해서 내가 그 사람을 교육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육은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전수하려는 교육내용 이외에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아름답고, 훌륭한 인성적 가치를 밀도 있게 전수하는 행위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교육자는 피교육자를 역사속의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자아를 형성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만은 아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니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니체는 20대 후반에 쓴 『우리교육기관의 미래』에서,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즉각적이고 과감한 개혁이라면서 당장 국가가 나서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떠드는 사람부터 ‘좀 천천히’ 나서달라고 주문을 한다.

교육이 인간의 성숙이나 자아실현이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제도를 바꾸면 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니체가 살았던 시대에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것도 상스럽고, 독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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