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켈리 맥고니걸이라는 건강심리학자가 하는 강연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강연 중에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옥시토신은 사람이 누군가를 포옹할 때 방출되기 때문에 ‘포옹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평상시 분비될 때 사랑의 묘약으로 작용해 친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산모가 아기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나 여성이 남성에게 모성본능을 느낄 때도 왕성하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맥고니걸 박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다양한 기능의 신경호르몬으로 사회적 본능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일련의 것들을 준비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신체 접촉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 공감능력을 강화시키고, 마음 쓰이는 사람들을 기꺼이 돕고 지지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더 인정 많고 타인을 생각할 줄 알게 되기 위해서 옥시토신을 흡입하게 해야 한다는 유머 섞인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아드레날린처럼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뇌하수체는 스트레스 반응의 하나로 이 물질을 방출하는데,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자신을 지지해 줄 대상으로 찾도록 자극합니다.

즉 생물학적 스트레스 반응이, 자신이 느끼는 바를 가슴속에 쌓아 두는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 말하도록 돕습니다. 삶이 힘들어질 때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자신을 보살펴 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원하도록 만듭니다.

옥시토신은 뇌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가 유발한 어떤 손상부터라도 심장세포가 재생하고 치유되는 데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심장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사회적 접촉과 지지에 의해 강화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누군가를 도우려고 노력하면 이 호르몬을 더 많이 방출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반응 자체가 더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돕고자 하는 대상뿐 아니라 자신도 스트레스로부터 회복이 빨라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 신체에 이미 내장된 메커니즘이고 이 메커니즘이 바로 인적 관계라는 설명입니다.

강연에서 34세부터 93세 사이의 1천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예로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는지에 대한 것과 가족이나 친구, 이웃 같은 공동체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사용하는 시간 등을 물은 다음 5년 뒤에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연구였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의 불화, 위기 같은 스트레스 요인들이 사망의 위험성을 30% 증가시켰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쓰는 데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사망률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살핌은 회복력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입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경험을 바꿀 수 있으니까 스트레스 반응을 유익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접근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과 의미를 찾으면서 살자는 결론으로 맺었습니다.

저는 이 강연을 매우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특히 이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뿐 아니라 누군가를 포옹할 때 분비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자주 포옹하면 할수록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진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타인에게서 공감을 얻게 함과 동시에 타인에게 공감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소통)학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위기 앞에 힘들어하는 가정도 있겠지요.

어려울 때일수록 부모, 자녀, 형제 등 가족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가정의 달이라는 5월 한 달만이라도 가족들과 ‘포옹 소통’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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