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적게 먹고, 새끼를 많이 낳으며, 멀리 나는 새가 가장 훌륭한 개체라는 이야기를 중국 광둥성(廣東省) 성장(省長) 인터뷰 기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CEO나 리더가 보는 조직관리에 대한 단편인 것이다. 이후 나는 강의를 가면 반드시 이 말을 초두에 언급한다. 웃지만 씁쓸한 느낌의 그런 멘트로 분위기를 일단 추스르고 시작한다.

사실 오랜 시간을 금융인으로 일하다 강의를 하러 다니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이슈가 리더십이다. 너무 많은 관련 개념과 이론도 문제지만, 시류와 상황에 따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독선’ 아니면 ‘진부’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음을 내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 다루기가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금융회사 지점장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강의에서 ‘역할’을 알고 ‘방향’만 알아도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역할과 방향은 곧 가치인 것이다.

리더십을 갖춘다는 것은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말하며 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리더십의 단초인 것이다.

지난 토요일 화창한 날에 우리 연구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장애인 등이 모여 아주 작은 행사, 공촌천 주변 환경정화 작업을 치렀다. 참가자 모두 밝고 티없이 순수한 얼굴 표정에 놀랐고, 서로 위하는 작은 행동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CEO, 교수, 회사원, 공무원, 주부, 고교생, 장애인 등 그야말로 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모인 듯한 그런 만남이었다. 하는 일이야 하루 잠시 하천 주변 쓰레기 줍기와 나무 다듬기 같은 단순한 일이었지만 그 사이 느끼는 연계된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의미는 천근의 무게로 다가왔다.

쓰레기 줍는 하천변 바로 옆 철망 너머로 초록빛 잔디 위에서 외치는 ‘굿샷’과 ‘나이스 온’ 같은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응을 보이며 골프 스윙이 그려지는 순간, 그 제어장치로 ‘가치’와 ‘사회적 자본’이라는 단어 역시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을 기초한 인천대학교 박사 모임 임원, 녹색경영CEO아카데미 원우, 아무 대가 없이 소문만 듣고 참가한 수질분석 전문가, 회사원, 샤프론과 프론티어라는 세련된 이름의 청라고등학교 봉사단, 가벼운 장애를 가진 장애인 등을 마주하며 그날 행사의 총책임자로서 느낀 개념은 ‘가치지향’이야말로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이었다. 역할과 방향을 다듬으면 그것이 지향할 가치가 되고, 그 가치는 우리 사회 전체의 자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경영학에서 논의되는 리더십이나 조직관리 개념의 교과서적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진정성과 다양성이 연계된 가치지향이야말로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통념상 아무리 리더라고 해도 나눔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동반자적 개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적 구조, 역학에서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극단의 이기적 선택과 수용은 아주 드물게 또는 지속가능 보장 없이 잠시 각광을 받게 될 뿐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뉴 파워 그룹(New Power Group)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의 리더의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구와 어떻게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힘(사회적 자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누구나 적게 먹고, 새끼를 많이 낳으며, 멀리 날아가는 그런 새가 돼야 한다. 수익 극대화나 조직 효율화 같은 경영학적 개념은 살아 숨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나눔 배려에 훨씬 못 미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이다.

같이 살아가야 하고 더불어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작지만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사회적 자본으로 보다 나은 내일이 기약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