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지 않아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수출주도형 구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가 이러다간 뿌리부터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하긴 각 대륙의 개도국 대표주자인 중국과 브라질, 인도, 남아공 4개국이 세계무역협상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고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피해는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멕시코에선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건설 프로젝트에 입찰자격조차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동차도 수입관세가 10%에서 50%로 대폭 오를 예정이어서 시장에 발을 붙이기조차 힘들 입장이며 기계완구, 전자제품 등에 대해 CE마크(공동강제규격인증)제도를 시행중인 EU에선 상호인증협정이 없어 시장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어쨌든 1년전에 정부간 협상을 타결했지만 아직도 발효시키지 못하고 있는 칠레시장에서도 한국제품의 점유율은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피해가 100% FTA 때문이라고 하긴 힘들겠지만 각국이 FTA체결국과 비체결국은 차별대우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무역대국 중 유일하게 한건의 FTA 성사시키지 못한 나라라는 현실을 감안해 FTA의 영향이 너무나 크다.
 
아무튼 FTA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153개가 발효 중이며 2005년말엔 300개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유럽과 미주의 경우 대륙차원의 자유무역시장이 출현하는 등 경제불록화가 한층 더 가속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 부진했던 아시아지역에서도 중국과 일본, 인도 등이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협상을 적극화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 교역량의 70%를 FTA 회원국간 거래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FTA는 이제 거스르기 힘든 태세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첫 케이스인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을 서둘러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중국, 미국, 싱가포르, 멕시코, 아세안 등으로 대상국가를 조속히 넓혀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어쨌거나 단기적인 손실이나 일부 이익단체의 반발때문에 나라경제의 백년대계를 결코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FTA 기피가 불러온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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