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총수가 사재를 털어 만든 장학재단 가운데 현재까지 출연금이 가장 많기로는 관정(冠廷) 이종환 교육재단이다.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이 만든 장학재단으로 그는 지난해 4월 3천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출연금으로 내놓았다. 그 다음으로 큰 규모의 장학재단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만든 것으로 5천억원 출연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현재 1천500억원이 조성돼 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야 억단위에 귀가 솔깃할 것도 못되지만 3천억이나 1천500억은 서민들로서야 평생 가야 한 번 만져 볼 수도 없는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더욱 이들의 가치있는 행동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외국처럼 기부문화에 익숙치 않은 국내 기업들로서는 벌어들이는 만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에 용기가 따른다. 이 회장은 특히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보고 내년까지 사재 출연규모를 5천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공계에 대한 투자가 곧 기업과 국가에 몇 백배 이상의 가치를 안겨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 있은 한국복지재단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는 19년간을 어려운 이웃의 후원자로 활동해온 최진성(인천 계양)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 자신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근근히 살아온 이유도 있고 해서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매달 내는 후원금만은 반드시 지로용지를 이용한다. 그 이유는 지로용지를 받아들 때 그리고 후원금을 내러 은행을 갈 때 적어도 두 세 번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되고 그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라가 온통 돈의 위력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다. 사회에 내 놓는 돈은 아까워도 정치권에 바치는 돈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기업들과 이들에 기생하며 몇 십억, 몇 백억을 뜯어내고도 관례운운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다 가진 재산이 없어 추징금도 못 낸다던 전 대통령은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은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어떻게 쓰이는 돈이 가치 있는가는 그들도 알고 우리도 알건만 똑같은 돈을 놓고도 누구는 계속 감추려고만 하니, 그 돈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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