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상을 싹틔운 르네상스의 본래 뜻은 ‘복원’이다. 이 말 속에는 잃어버린 옛 문화를 오늘에 되살린다는 뜻이 숨어 있다. 전통문화의 복원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을 재발견하게 된 사건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때맞춰 ‘봄철 축제’가 한창이다. 그동안 조용했던 농어촌지역이 봄철이 되면서 축제 분위기로 술렁거린다. 진달래축제, 청보리축제, 철쭉축제, 불꽃축제, 도자기축제, 나비축제, 멸치축제…. 축제의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농어촌과 도시가 크게 하나되는 마당이어서 그리 어색하지 않은 명칭들이다.

봄철은 농어촌지역민을 들뜨게 한다. 더구나 풍성한 지역 명품들은 제철을 만난 듯 도시민의 마음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이렇다 보니 웬만한 지자체라면 봄철만 되면 축제를 연다. 이는 빈사 상태에 있는 농촌에 자연과 인간 기능을 다시 복원해 보자는 뜻에서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과거에 농촌은 도시의 가치를 지향하며 생활환경을 개선해 왔지만, 그 환경이 산업사회의 먹이사슬 속에 농촌을 감금해 버렸다. 그리하여 도시는 자연과 인간의 기능을 거칠게 다룸으로써 성장해 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로 들어와서 도시그룹은 농촌그룹에 대해 각양각색의 처방상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지역마다 난립되고 있는 축제라는 단어는 어색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축제기간에 시대정신과 거리가 먼 전시행사로 도시민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외면하는 ‘동네 잔치’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간혹 선심행정과 치적 쌓기 등 선거를 겨냥한 축제 행태가 목격되기도 한다.

또 축제의 내용과 참가 규모로 볼 때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껍질축제가 훨씬 많다. 농어촌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지자체마다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획일적인 마케팅과 양적 확장만을 중시하는 접근 방법으로 인해 진상품조차도 상품의 가치를 잃고 있다.

 이는 르네상스의 본래 뜻인 ‘복원’과 지자체 간의 치적 쌓기 ‘축제’라는 현실 사이의 극심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에 농어촌지역은 스스로 처방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이 처방약인가. 바로 축제의 경쟁력이다. 지역 실정에 맞는 비교우위의 축제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더불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가슴으로 체험하고 껍질을 벗겨서 속 내부를 보여 주는 살아있는 축제가 필요하다.

울진군은 다양한 농업문화 전시와 함께 공연, 체험, 학술, 테마상품 개발 등 각종 행사가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동아시아 해양레포츠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거북초 수중테마공원을 조성해 레저선박 계류시설, 수중테마공원 등의 설치를 시도해 축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괴산군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준공, TMR사료공장, 미생물배양센터 완공, 조사료 재배단지 확대, 유기농 기자재 보급,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 등 임업의 자연순환형 농업모델을 제안한 상태다.

이를 위해 유기식품산업단지, 지역전략식품산업, 청정푸드밸리단지, 지역연고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 차별화된 지역축제의 근간을 마련 중이다.

앞으로 농어촌 축제는 지역의 희망이고 얼굴이면서, 농어촌 전통문화의 르네상스 자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어촌 스스로 희소성의 가치를 살린 지역의 매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토자원과 지역문화를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르네상스(복원) 디자인의 설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축제가 농업인에게 고달픔만 더해 주고, 농어촌에 꿈도 실어 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도시 사람들도 가슴과 손발로 체험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의 향수와 추억을 한 아름 선물해야 한다. 그리하여 농어촌지역 축제가 도시의 자본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날을 꿈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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